거제의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칠천도와 출렁다리가 놓인 씨릉섬
이순신이 이끈 명량대첩의 영광은 칠천도의 어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은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나만 두고 다른 것을 외면한다면 삶을 이해할 수가 없다. 손자병법에서 모든 전투는 이기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붙어봐야 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자신을 알고 있다면 그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아름다운 것만 보면 좋겠지만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칠천도에서 있었던 칠천량 해전 역시 그러하다.
관광지인 칠천량해전유적지에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해안 일주도로는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칠천도는 2000년 1월 본 섬과 다리(칠천 연륙교)로 연결됐다.
이 앞바다에서 원균은 왜군에게 대패를 했다. 전술의 첫째 원칙은 내가 유리한 곳에서 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서 이겼다고, 저곳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순신은 이 원칙에 충실히 적용을 했었다.
임진왜란 당시 패배의 기미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왜군은 본국으로 철수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명나라와 교섭이 결렬되면서 다시 14만 병력으로 재침략하는데 이 전쟁이 정유재란이다. 이때 가장 큰 적인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 역정보를 흘린다. 가토 기요마사가 대마도에서 부산포를 향한다는 정보였지만 이순신은 이 정보가 허위정보임을 알고 나아가지 않는다. 이에 선조는 이순신을 파직하고 한양으로 압송한다.
복수를 준비하던 일본은 후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을 공략한다. 부산 앞바다로 나가 싸우라는 도원수 권율의 재촉에 정예함대 160척과 수군 1만 5천 명을 이끌고 나가 싸웠지만 전략이 없었기에 패하고 이곳 칠천도까지 후퇴한다.
후퇴한 조선수군을 다음날 새벽에 기습공격을 하면서 조선 수군은 이전까지 준비되었던 160여 척을 모두 잃었고 조선수군은 거의 모두 괘멸하였다. 칠천량해전공원에서는 이 시기의 전쟁을 모두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도록 7개의 테마로 구성을 해두었다. 그렇게 1만여 명의 조선 수군은 모두 칠천도 앞바다에서 궤멸되었다.
한양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우의정 정탁의 상소로 겨우 목숨을 건지고 1597년 4월 1일 감옥에서 나와서 백의종군을 시작하다가 7월 18일 경남 합천에서 칠천량해전의 대패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보름쯤 지난 8월 3일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복직이 되었다. 이곳 칠천량에서 승기를 잡은 왜군은 진도까지 밀고 들어온다. 칠천량에서 건진 13척과 병사들을 모아서 조선 수군을 재건해서 명량(울돌목)에 진을 친다.
그렇게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한 전투는 조선수군의 대승으로 왜군 133척을 물치치고 조선을 지켜낸다. 칠천도는 거제 부속 섬 65개 중 가장 큰 섬이다. 옻나무가 많고 물이 좋아서 조선 시대에는 칠천(漆川)으로 적었으나 지금은 7개의 큰 내가 있다고 해서 칠천(七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칠
칠천도에서 일어났던 칠천량해전에 대한 역사적인 흔적을 살펴보고 다시 거제의 탁 트인 바다를 보기 위해 나와본다. 역시 바다는 언제든지 봐도 마음이 탁 트인 것이 좋다. 섬과 섬을 이어 다채롭게 펼쳐지는 남해의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거제 칠천도는 가을에서 겨울에 방문해 보아도 좋은 곳이다.
경상남도는 남해와 거제, 미륵도처럼 육지와 인접한 지역은 ‘도시섬’으로 분류해 대규모 리조트나 복합휴양단지를 유치하고, 3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연안섬’은 체험형 관광과 가족단위 여행지로 특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칠천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작은 섬 하나가 나오는데 씨릉섬은 전체 면적 7만 8천985㎡의 무인도로 오랜 기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섬을 다 돌아보려면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대부분 구간이 나무 그늘로 조성돼 더운 날씨에도 산책하기 좋다. 작년에 완공은 되었지만 기반시설이나 씨릉섬에 만들어진 시설등은 올해 대부분 완료가 되었다.
출렁다리 너머 씨릉섬 내부에는 길이 1488m의 해안산책로와 5개의 쉼터를 조성했는데 씨릉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리조트시설이 현재 공사 중에 있었다. 출렁다리와 해안산책로는 2017년 해양수산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성됐다.
거제도 칠천도는 칠천량해전공원, 옥계해수욕장, 옥계어촌계체험마을과 연계한 힐링 휴양 코스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곳이다. 출렁다리이지만 그렇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안정적으로 다리를 건너가면서 칠천도와 함께 씨릉섬의 자연을 만끽해 볼 수가 있다.
화장실과 주차공간은 이제 대부분 조성이 완료가 되었고 주변에 숙박시설도 있어서 머무는 여행지로서 씨릉섬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산책로를 둘러싼 나무 사이로 보이는 칠천도의 바다풍경은 새로운 힐링공간으로 불릴만하다.
거제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가볼 만한 곳이 많은데 맑은 하늘 아래 짙푸른 바다와 고즈넉한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매력을 만나볼 수가 있다.
거제도와 칠천도 사이를 흐르는 칠천량은 임란초기부터 우리 함대가 자주 정박하던 곳으로 바람과 파도를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선택에 따라 죽음의 바다로 바뀌기도 한다. 2025년을 이제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2026년이 되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까. 거제 씨릉섬에서 바닷바람을 만나고 삶의 사계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