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시립박물관에서 만난 기획전시, 유물로 보는 통영 안정사
불교라는 종교는 고통을 없애주는 종교가 아니라 고통을 마주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괴로움이 어디서 오는가를 내면에서 찾고 고요하게 자신을 만드는 법을 배우게 해 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집착하며 살고 있고 어떤 것을 붙잡으려 하다가 스스로를 소모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번뇌와 비움, 욕망과 내려놓음을 알려주는 사찰의 공간 통영 안정사에 대한 이야기가 통영 시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어서 방문해 보았다.
병오년 새해를 맞아 통영에 자리한 통영시립박물관을 방문해 보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통영 안정사의 특별기획전은 이어지고 있었다. 전시는 2026년 3월 29일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이번 전시는 천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 사찰 안정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전시 1부는 안정사, 시간 속에 깃든 불심, 2부는 불상, 성물 그리고 성스러운 공간, 3부는 의식으로 피어난 미술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안정사지, 현판, 경상남도 유형유산으로 지정된 금송패 등이 전시되며, 금송패는 안정사가 조선 왕실로부터 하사받아 산림 보호 및 봉산 관리권을 부여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통영의 안정사(安靜寺)는 이름부터 이미 답을 품고 있는 절이다. ‘편안할 안(安)’과 ‘고요할 정(靜)’. 삶에서 가장 멀리 있는 두 글자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공간이다.
통영 안정사는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의 거울에 가까운 사찰이다. 통영의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오래된 산사는 묻기도 한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통영의 불교문화와 안정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전시전에서는 안정사 현판을 통해 삼도수군통제영과 지역 유력자들이 불사에 시주자로 참여함으로써 국가, 지방, 행정, 민간신앙이 함께 작동한 복합적 사찰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통영 안정사의 전통과 의식의 원형이 있는 안정사 영산재는 신라 태종 무열왕 원년에 원효대사께서 안정사를 창건한 이래 산내암자로 12 사암을 두었고, 불교 전통의식이 계승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통영 안정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조선 후기에는 통제영에 소속된 승병 사찰로 기능했다. 안정사는 불교의례 전승의 중심 사찰 역할 및 20세기 초에는 경전과 기도문을 목판으로 간행하며 출판·교육 기능도 수행했다.
통영에서 미륵산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산외에도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는 통영 벽방산이 있다. 안정사의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나한전·칠성각·응향각(凝香閣)·만세루·탐진당·광화문·범종루·천왕문·요사채 등이 있다
2부에서는 고려시대 제작된 혜위등광불과 복장유물이 함께 전시되고 있으며, 2001년 도난당했다가 환수된 삼세불도가 관람객을 만날 수가 있는대 삼세불도는 영조 28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 2001년 도난당했다가 2014년 한 경매에 나왔다가 회수됐다. 2016년 안정사에 환수됐으며, 환수 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3부에서는 의례에 사용된 동종, 향로 등 다채로운 유물을 관람할 수 있으며, 안정사 동종의 경우 국가유형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안정사 동종은 선조 13년인 1580년 전라도 담양추월산용천사에서 제작된 것으로, 제작시기와 장소가 명문으로 남아있으며 임진왜란 때 절이 불타면서 안정사로 가져왔다고 한다.
지나간 천년의 시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꾸어 오늘에 남아 있었다. 박물관이라는 또 하나의 법당에서 마주한 안정사의 유물들은 불교가 말하는 비움과 내려놓음이 단지 사찰 안의 수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바다의 도시 통영에서 산사는 여전히 마음을 비추는 거울로 존재하고, 그 거울 속에 담긴 문화와 정신은 전시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안정사의 역사를 보는 일은 결국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며, 번뇌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더욱 필요한 사유의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