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결혼이라는 의미

결혼이라는 제도는 이제 사라져야 할 과거의 제도일까.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점점 30대의 일이 되고 있다. 20대에 결혼한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30대에 결혼을 선택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30대 초반을 지나면 중반은 건너뛴 채 후반으로 훌쩍 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중반에 결혼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체감상 많지는 않다.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는데,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서는 특정 구간이 유독 비어 보인다.


그 공백의 한가운데에는 ‘독립’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하지 않았고, 직장이 없을 수도 있고, 직장은 다니지만 부모와 사는 생활에 익숙해진 경우도 있다. 부모와 사는 것과 혼자 사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정신적 독립의 문제이기도 하다. 온전히 혼자가 되어본 사람은 연애 역시 상대에게 과도하게 기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독립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부모를 찾는 완전한 독립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살며 여전히 청소와 식사, 생활 전반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준독립이 있다. 겉으로는 독립처럼 보이지만, 삶의 기본 구조는 여전히 부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결혼은 종종 막힌다.

특히 부모와 함께 사는 남성의 경우, 집안일을 누군가 대신해 주는 환경에 익숙해진다. 그 역할을 해온 사람은 대개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연애 대상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포용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할 상대는 어머니가 아니다. 본인은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 엄마는 안 저러는데’라는 비교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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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역시 다르지 않다.

집안일을 즐기기 때문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함께 살며 생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굳이 고생을 감수하며 결혼할 이유가 줄어든다. 그 고생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 된다. 그래서 조건은 점점 구체화되고, 기준은 높아진다.

연애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


사람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수요는 늘어난다. 문제는 이 시장에 경제학 교과서에는 없는 변수가 개입된다는 점이다. 감정이다. 감정은 계산을 흐리고, 판단을 늦춘다.

이른바 골드미스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위치에 오를 수밖에 없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20대에는 커리어에 집중하고, 30대 초반에는 경력 단절을 원치 않아 결혼을 미루다 보니 경제적 여유는 생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눈을 낮추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이뤄왔고, 그 노력의 ‘본전’이 마음에 걸린다.


외모는 예선이라는 말도 있다.

30대 초반까지는 외모가 첫 관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예선만 치르고 본선을 거치지 않은 채 결혼에 이르는 경우다. 특히 이른 나이에 결혼한 커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현실이라는 본선을 겪지 않은 상태에서의 결혼은, 이후 감당해야 할 비용이 크다. 높은 이혼율은 그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혼 자체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이혼이 훨씬 어렵다. 그래서 결혼 전에 필요한 것은 로맨스가 아니라 검증일지도 모른다. 함께 살아보지 않고도 상대의 내면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함께 사는 시간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동거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산다는 것’이 연애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사회는 결혼을 못 하는 이유를 경제 문제로 단순화한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경제가 결정적이라면, 더 가난했던 부모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해낸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의 시선이다. 나의 선택보다 남들의 기준이 앞선다. 친구의 결혼 조건과 나를 비교하고, 사회가 정한 평균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한다.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다.

능력 있고, 다정하고, 요리 잘하고, 감정 표현까지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성숙한 결혼은 결국 독립에서 시작된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생활 전반에서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를 조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결혼은 상대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서로가 독립된 상태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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