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사랑에 대한 단상
사랑에 대한 믿음, 사람에 대한 믿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가?
믿음과 신뢰 그리고 그에 기반한 인류애와 이성에 대한 사랑은 그 저변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 그리고 마음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릴 때의 순수함을 서서히 잃어버린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있지만 쉽게 꺼내지 못한다. 세상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미리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 없이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핵소고지의 비폭력주의자인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전쟁으로부터 조국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자진 입대한다.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필수 훈련 중 하나인 총기 훈련마저 거부한 도스는 동료 병사들과 군 전체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되는데 그냥 포기해도 되련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실제 핵소고지라는 곳에서 혼자 75명을 구해낸 의무병 데이몬드 T. 도스 이병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는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었던 도로시 서트가 있어서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는 제7일 안식일교회가 이단이지만 미국에서는 종교로서 인정받고 있는데 그 교리가 바로 비폭력이다. 비록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 하더라도 남을 해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야 하는 도슨에게는 가혹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쯤에서 한국의 양심적 병역 거부가 거론이 될 수밖에 없다. 도슨은 총은 집지 않지만 군생활은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그냥 군대를 안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총을 집지 않고 쏘지 않는 것만 빼놓고 모든 군사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의무병으로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전장 오키나와로 향한다. 당시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은 포기란 몰랐다. 그들은 죽을망정 미군에게 오키나와를 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처절한 전투가 지속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군은 광기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미군의 엄청난 화력이 집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일본군을 몰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신에게 신념을 구하며 전장에서 죽음의 선을 넘나드는 그에게 전인류적인 사랑이 있었다. 비록 서로 총구를 들이대고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살아야 하는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신념이 있다. 그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든 그릇된 것이든 간에 말이다. 맹목적인 믿음은 큰 문제를 일으킬 때가 많다. 특히 정치가 얽히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잘못을 죄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진밟혀도 좋다는 생각이 옳다는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지옥 같은 핵소고지를 끝까지 버틴 것은 터프가이도 아니고 멋진 리더십을 가진 중대장이나 이들을 통솔하던 부사관도 아니었다. 비폭력주의자이며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손의 허물이 벗겨져 고통이 극심할 때도 다시 전장으로 달려간 도스였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것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매 한가지이지 않을까. 그는 그냥 그것을 실천한 한 명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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