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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1. 2017

삽시도 1박 2일

살다. 먹다. 머물다. 

낙엽에 다 떨어지고 나면 무얼 할까. 겨울이 오겠지? 그러면 옷을 여러 겹 껴입어야 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행 갈 수 있을 때 떠난다. 보령의 한 섬이며 4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 화살촉을 닮았다는 섬 삽시도로 떠난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겉을 감싸고 있던 것을 털어내야 한다. 잎이 떨어지니 나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처럼 애써 만든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을 살기 위해 어제를 놓아야 한다. 


나름 삶을 값지게 살기 위해 택한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의 여정이 끝나면 허망하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시간이 지나면 삶의 지혜가 생기는 것 같다. 귀하고 귀한 나의 삶은 여행을 통해 조금씩 채워져 간다. 아직도 채울 공간이 많기에 여행을 떠나는데 좋은 사람 있으면 둘이서 함께 가도 좋지만 좋은 사람이 없어도 혼자 가도 좋다. 

삽시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여유가 있고 공간이 고즈넉해서 좋다. 아침에 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저녁에는 한 사람의 슬픔을 덜어주는 삶을 살고 싶다면 좋은 곳을 많이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비우기도 해봐야 한다. 

시골을 가면 흔하게 보는 꽃이지만 그냥 아무 없이 지나면 만나지 못하는 꽃이 나팔꽃이다. 옛날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의 아내가 아름다웠는데 원님이 아름다운 회공의 아내를 빼앗아 화공은 매일 그림을 그리며 아내를 그리워하다 그림 속에 묻혀 죽었다. 그위에 한송이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나팔꽃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섬에 있는 산들은 대부분 험악하고 걷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섬을 띄우기 위해 일어난 산이라 가파르고 걷기가 쉽지 않다. 삽시도의 둘레길은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걸어볼 만한 길들이 섬 주변으로 만들어져 있다. 제주도의 둘레길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삽시도만의 매력은 있다.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삽시도의 둘레길은 총 6.2km로 ‘2017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 3섬’에 선정된 만큼 아름다운 경관이 연출이 된다. 삽시도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이색 볼거리로는 소나무의 변이종인 황금곰솔이 있는데 나뭇잎 색이 황금색이어서 ‘황금소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꽃게가 보령에서 많이 잡히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이 잡히는 것은 돌게다. 꽃게의 사촌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돌게는 박하지, 민꽃게 등으로 불리며 얕은 바다의 진흙이나 돌바닥에 산다. 민물에 사는 참게, 갯벌에 사는 칠게 비해 박하지는 해안가의 돌 밑에 서식하기에 껍질이 단단하기는 하지만 바다 깊은 곳에 사는 꽃게보다는 덜 단단하다. 

삽시도의 지천에 코스모스와 가을향기가 날아다닌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껍질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속살은 부드러워지고 겉이 부드러워질수록 속은 더 단단해진다. 게살은 속은 너무나 부드럽다. 깊은 곳에 살면 살수록 속살은 부드럽고 달달하다. 겉이 따뜻하면 속이 차고 겉이 차면 속이 따뜻해지는 사람의 색깔과 비슷하다. 

가을바람이 불 때 먹어야 하는 대하나 전어, 어물전에서 뛸 만하다는 망둥어, 바다에서 태어나서 바람이 키우는 생선인 꽃이 와 차가운 바람이 불 때 먹으면 더 좋은 굴도 있지만 바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해산물을 따 먹는 재미도 좋다. 

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낚시도 좋지만 비용도 들고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갯바위나 방파제 같은 곳에서 낚시를 한다. 바깥쪽에서 흐르던 조류의 일부가 맞은편 갯바위에 부딪혀 가장자리를 타고 안으로 나오다 또다시 바깥쪽에서 흐르던 조류와 합수가 되는데 이것을 '합수머리' 또는 '델타 지역'에서 생각지도 못한 생선을 낚기도 한다. 

예로부터 육지로 만든 것은 남성적인 색깔이 많지만 섬을 만드는 것은 여성의 색깔이 강하다. 하와이는 펠레 여신이 키프로스 섬의 수호신은 비너스이며 통영 섬들의 경우 마구할매가 제주도는 설문대할망이 만들고 지켜주고 있다고 한다. 삽시도는 누가 만들었을까. 

의외로 눈먼고기가 잡혀서 횟감이 되어주었다. 보령 앞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망둥어와 도다리다. 봄 도다리라고 했지만 가을 도다리의 쫀득한 맛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다. 

석양은 물들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석양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혹적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을 모으는 데 있어서 석양만큼 매력적인 것은 드물다. 

저녁은 꽃게 요리다. 껍질은 단단하지만 속살은 부드럽기가 이를 데가 없는 꽃게탕의 풍미는 다리가 길어서 슬픈 대게나 크기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킹크랩이나 작지만 알찬 돌게보다 더 달달하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는 갯벌이 있는데 그 속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쉴 새 없이 먹고 이동하며 치열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바지락, 맛, 낙지, 해삼, 게, 갯지렁이 등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는데 차분히 앉아서 캐고 있으면 끝없이 많은 것이 딸려 나온다. 급한 성정에 이곳저곳을 오가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인생이 그러한 것 같다. 

고립무원, 사면초가, 생로병사는 모두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삽시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지켜봤을 갈매기도 추운 겨울을 만나고 태풍을 만난다. 1박 2일 동안 삽시도에서 머물면서 맛난 것을 먹고살아보니 세상 살만하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 진다. 


부크크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사형수

최홍대가 첫 장편 소설로 발표한 '사형수'는 사회적 이슈와 언론, 사람과 사람사이의 미묘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되고 서술되었다. 과거로 부터 도망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그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가 섵불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갑작스럽게 사형이 집행된 이 후, 사회에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 살아야 했다. 군중 속에 고독하지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나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스토리는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나왔던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키고 이를 추리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현은 사형제도가 아직 존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고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기획수사에 투입되어 억울하게 그 생을 마감한다. 그 트라우마를 견뎌내는 듯했지만 여전히 꿈속에서는 현재 진행행이다. 아들이 발견하는 것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숨겨 있었던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소시민의 의지가 그려진다. 또한 ‘현’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정면 돌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트렌디한 이슈를 끌어들여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www.bookk.co.kr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5879998?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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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838776684&trTypeCd=21&trCtgrNo=585021&lCtgrNo=2967&mCtgrNo=838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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