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자체는 오래도록 해왔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망설여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통 그 시작점을 찾지 못해 한참을 망설였던 게 벌써 30여 년이 지났군요.이제 더는 늦출 만한 여유는 없다는 생각이 몇 달 전부터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끝이 어디일지는 알고 있지만, 천천히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더듬거리거나 오랜 시간 말이 없더라도 조금은 이해해 주실 수 있을 거라 믿어봅니다.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존재가 있습니다. 아기 때부터 키웠던 고양이 다섯입니다. 그중 둘은 재작년과 작년에 떠나보내고 지금 남은 아이들은 셋입니다. 하지만 사실 죽었다는 인지는 평소에 그다지 하고 있지 않은 듯도 합니다. 일단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다섯이라는 숫자가 떠오르니까요. 두 아이는 작은 틴트 상자에 담겨 늘 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선생님께도 아이들의 죽음과 살아있음이 크게 중요하진 않을 듯하군요.
여튼 아이들을 다섯이나 키워오다 보니 알게 된 것들 중 몇 가지가 있는데, 고양이 뒤통수는 모두 짱구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아이들 뒤통수는 모두 동글동글합니다. 그 작은 머리 통 안에 나와 같은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면 커다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금세 몸 전체에서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기분 좋음을 한껏 드러내는 게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시나요? 그럼 아실 수도 있겠군요.
한 손으로도 움켜쥘 수 있는 작은 뒤통수를 손을 크게 벌려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손 끝으로 아이 귀를 만지작대거나 눈을 쓸어내면 아이는 그 큰 눈을 껌뻑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저를 응시하는데,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달리 저는 납작한 뒤통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동생도 뒤통수가 짱구인데 저만 뒤통수가 유독 납작해서 머리를 묶어도 예쁘지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걸 두고 내내 미안해하셨죠. 제가 너무 아기 때 얌전한 나머지 그냥 뉘어놓고만 있었다며 양 옆으로 돌려가며 머리를 두어야 뒤가 동그래지는 것을 몰랐다 하시더군요. 그랬습니다. 저는 그냥 어렸을 때도 입을 꾹 다물고 안으로만 삼키는 스타일이었나 봅니다.
그랬습니다.
이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마음을, 저는 그저 안으로 삼키고 삼켰지만 사실 제가 이제껏 살아온 삶의 태도를 모두 바꿔놓은 단 하나의 말,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음에 품어왔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엔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저희 아이들 나이가 이제 18살, 17살 그리고 14살입니다.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인 걸 감안하면 아마도 4년, 내지는 5년 이내에 제가 세상에 태어나 해야 할 몫을 다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