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세상이라도 Happy new year

by 유리심장

오랜 시간 동안 선생님과 상담을 하지 못했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것도 같습니다. 지난해, 마무리하면서 올해는 휴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지요. 아이들 그 누구라도 올해는 떠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막내의 구토가 시작되었고 그래서 선생님과의 상담을 잠시 멈춰두었었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아이의 구토는 빈번하게 이뤄졌고 그 사이 둘째의 구토가 같이 시작되면서 도대체가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두 아이 모두 안정권에 접어들었습니다. 드디어 코 막힌 소리를 내거나 구에엑 하는 소리 없이 하룻밤을 넘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휴, 하고 숨을 돌리고 나니 한 달이 지나가버렸네요. 이제야 다시 눈을 돌려 저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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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한 달 사이에 세상은 뒤집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뒤틀려 있었습니다. 저야 아이들 때문에라도 작년이 어떻게 흘러가고 올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게 지나갔다지만,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겠다... 싶더군요. 저와는 크게 상관없다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어줄 캐럴이나 사람들의 환한 미소, 그리고 두근두근 타종의 설렘, 화려한 드레스들을 잔뜩 입고 나온 스타들의 웃기고 감동적인 시상식 소감이라던가... 뭐 이런 것들이 잔뜩 쌓인 12월이 모두 빛바래 스쳐가 버렸고 금방 끝날 것만 같던 동요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 물론 제 삶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장 제가 가고자 했던 분야라는 게 결국 자본금을 토대로 회사를 운영해 가는데 그 많은 투자금들은 보통 외국 자본에서 나오거든요. 그러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당연하게도 일자리에도 연결이 될 수밖에 없고, 1월부터 조금은 본격적으로 찾아볼까라고 기껏 먹은 마음이 무색하게 꽝꽝 얼어붙은 시장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이들 먹고 싶어 하는 것들을 못 먹일 정도로 쪼달리는 건 아닌지라 조금 시간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구석에 숨어있는 저에게조차 그 파도가 밀려올 정도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겠구나... 싶습니다.


선생님의 삶은 어떠신지요.



오랜만에 사진첩을 뒤적거리다가 아이들 다섯이 몰려 있던 사진을 찾았습니다. 겨울이었는지, 아니면 어느 계절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커다란 첫째, 새초롬한 넷째, 이젠 고집쟁이가 된 둘째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무던 끝판왕인 셋째, 그리고 똘아이 막내까지.


지금 이런 상담이 지금의 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을 때 단 한순간도 머물고 싶은 순간이 없는 저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요. 어쩌면 지금 이 상담을 하는 순간도 일정 시간 후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해가 바뀌었어도 죽고 싶어 하는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고 길은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버린 세상에라도 해피 뉴 이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은 남아 있다는 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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