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영경 Feb 18. 2022

(에세이) 의자-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의자

알카트라즈 감옥 탈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완성하라!


의자-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의자


맑은 날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 섬



한 억울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결백했지만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여러 번의 탈옥 시도 끝에 악마의 감옥이라 불리는 알카트라즈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경비가 삼엄했고 상어가 가득했던 바다 가운데 작은 섬에 위치한 감옥이라 아무도 탈옥에 성공하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알카트라즈 감옥 실제 내부 (현재 전시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그 감옥에 있는 동안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함으로 힘들었지만 감옥에서의 규칙적인 생활과 단순한 삶이 그와 잘 맞았고 내면은 깊어졌습니다. 그는 어느덧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일 중에 타인은 몰랐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던 크거나 작은 많은 잘못 들을 떠올렸고 참회했습니다. 누명을 썼다고 억울해했던 마음에서 기꺼이 과거의 죗값을 치르겠다는 마음으로 점점 변하고 표정은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알카트라즈 감옥 내부


그런데 어느 겨울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바다 밑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위기가 갑자기 닥쳤고 감옥을 관리하는 교도관들은 쓰나미 소식에 놀라 정신없이 배를 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교도소의 문도 잠그지 못하고 떠나버렸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감옥의 죄수들은 열쇠로 감옥문을 다 열어주고 모두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오랫동안 독방에 갇혀있던 죄수들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습니다. 흥분한 상태로 “쓰나미다!” 하고 고함을 지르고 뛰쳐나가던 교도관들의 방향 쪽으로 죄수들은 달려 나갔습니다. 그러다 섬에 끝에 이르러서는 차가운 바다로 하나둘씩 뛰어들었습니다. 교도관들이 탄 배를 붙잡고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했던 죄수들은 결국 상어 떼들이 우글거리는 추운 바닷속에서 생사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그는 혼자 감옥에 머물렀습니다. 조용해질 때까지 자신의 방에서 머물렀습니다. 파도 소리가 거세게 철썩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상어들이 우글거리는 이곳 바다의 차가움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순간 평소처럼 작은 창을 넘어 파도를 보고 바다의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기러기들이 평소와 다른 소리로 크게 울었고 모두들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악마의 감옥에도 점점 바닷물이 차올랐습니다.

감옥에서나마 이어가려 했던 그의 삶을 파도가 곧 삼키려 하고 있었습니다.

죄수가 되자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나버렸던 순간, 이미 그는 죽음을 한번 경험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감옥은 오히려 다시 새로 태어나게 해 준 안전한 성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성이 허물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물이 차오르자 본능적으로 그는 교도관들이 머물렀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반원 아치로 된 큰 문이 있었습니다. 쇠창살로 막히지 않은 유일한 문이라 말로만 듣던 그곳은 감옥에 있던 내내 그가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었습니다. 맨 위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점점 파도가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바닥은 진동이 점점 느껴져 왔습니다. 그는 헉헉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반원 아치 밖으로 보이는 파도와 하늘이 그 어떤 철조망이 없이 자신의 앞에서 열려있었습니다. 아치 문 아래는 바닷물이 바로 밑까지 차오른 것 같았습니다.


그때 그는 쓰나미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삭막한 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의자 하나를 보았습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신비로운 체커보드 무늬 패브릭 의자였습니다. 가까이 가니 의자 위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다른 무리들처럼 큰 소리를 내며 놀라 날아가지 않고 잠자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갈매기는 의자에 한번 앉아보라는 듯 다가온 그를 쳐다보고는 날아올라갔습니다. 계단을 급하게 올라와 숨이 가빴던 그는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고 그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의자의 쿠션이 세상 어떤 의자보다 부드러웠고 등을 받쳐주는 각도는 놀라울 정도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딱딱한 감옥 속 의자와 침대에 익숙했던 그는 순간 갑자기 왕이 된 듯 의자에 등을 천천히 기대어 앉았습니다.


"음~ 의자가 너무 편안한데?"

그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며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가 의자에 앉아 순간의 편안함 속에 빠져드는 동안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밖에서 몰려오고 있는 죽음의 쓰나미를 향해 초를 세고 있지 않았습니다. 감옥의 내부를 향한 의자에 아주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온몸을 맡겼습니다.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으로 뒤에서 포근히 안아주는 그 의자에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순식간에 쓰나미가 덮쳐왔습니다. 그는 섬의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그 의자에 머물렀고 눈을 감고 있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휘몰아쳤던 파도는 거짓말처럼 저 멀리로 사라지고 높았던 바닷물도 빠졌습니다. 크게 우는 갈매기 소리에 눈을 뜬 그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섬의 절벽 아래의 단단한 바위는 끄떡없이 버티어 주었고 섬 주변의 바다 밑이 지진으로 인해 뒤틀려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섬과 육지 사이로 마치 다리가 연결된 듯 바위들이 모여져 있었습니다. 그때 아까 보았던 의자 위의 갈매기 한 마리가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소리치며 날아다녔습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감옥에서 미친 듯이 달려 나갔습니다. 갈매기가 안내한 안전한 돌길을 따라 해변의 숲으로 숨어 들어간 그는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사업가로 큰 성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평생 잊을 수 없었던 그 의자의 편안함을 그리워하며 연구한 끝에 의자 디자인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디자이너 '프랑수아 안즐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그는 '안즐랭말랭 체어' 브랜드를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명품 의자로 히트시켰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그의 '안즐랭말랭 체어'로 벌었던 수익을 시설이 열악한 감옥에 이름 없이 주기적으로 기부하고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하여 재소자들의 제2의 탄생을 도왔습니다. 이 일은 사후에 그의 본명이 유언을 통해 밝혀졌고, 알카트라즈 감옥은 그 이후 더 이상 감옥으로 운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카트라즈 섬은 현재까지 전 세계 사람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끝)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본 알카트라즈 섬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우리의 삶 속에 종종 바다와 성 (죽음과 탄생) 그리고 쓰나미처럼 죽음보다 더 나쁜 상황 사이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거기다 세찬 파도, 차오르는 바닷물과 허물어지기 직전의 흔들리는 성이 매일 낮과 밤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우리를 흔들어대기도 하지요.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어쩌면 잠시 거친 숨을 편안히 가다듬을 수 있는 안락한 의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현명하다면, 그 의자에 앉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의자에 몸을 기대 눈을 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외부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자의 편안함에 잠시 몸을 맡겼을 때 오히려 진정한 안락의 의미, 평화의 의미를 느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과 소통하고 나면 힘이 생깁니다. 그때 눈을 뜨고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직감을 믿고 죽을힘을 다해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직감이 갈매기의 신호로 하잘것없이 보이더라도 운명적인 신호는 어쩌면 그런 작은 것들에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쓰나미가 다가와 우리를 집어삼킬 수도 있고, 반대로 해방시켜줄 수도 있는 게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은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마음을 믿고 내면의 안내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평소 순간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연습해 보는 것이지요. 아무리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도 잠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즐기며 맛볼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계속 몰아쳐대는 할 일 들에 치여 살더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는 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가 오로지 자유나 여유만을 바란다거나 마음속에서 스스로 만든 성이라는 감옥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었다면 기러기라는 직감을 믿고 용감하게 탈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그 의자에 체념하고 앉은 채로 다음번 쓰나미에 떠밀려온 돌덩이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귀를 열고 마음의 눈을 뜨고 있던 그는 고요해졌을 때 의자에 더 이상 앉아있지 않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뛰어나가 새로 받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내고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게 될 특별한 의자에 혼을 다했습니다.


머물러 있으며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겠습니다. 시간이 왔을 때 자신을 믿고 움직이겠습니다.

삶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노는 사람들은 맛볼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자신의 2번째 3번째 인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픽사 베이


*위 내용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 감옥을 배경으로 만들어 낸 글입니다.


*보글보글 이번 주 미션의 그림을 보고 떠올랐던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 감옥은 승무원으로 비행하며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아울러 실제 이 감옥에서 3명의 탈옥수들의 스토리가 알려져 있는데요. 이 글을 쓰기 전 기억하고 있던 사실은 FBI도 수사를 했었지만 결국 시신도 발견하지 못하고 미궁에 빠졌다는 것이었는데, 글을 쓰려고 검색하다 보니 그들 모두 실제로 탈출에 성공하여 어머니에게 장미를 매년 선물해왔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실 수 있어 아래 기사 내용입니다.





*매거진의 이전 글, 송유정 작가님의 동화 <악마 새>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동화] 악마 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