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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Mar 25. 2022

이 봄에 꼭 보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 순간 내 앞의 당신을 봄

보글보글 글놀이
3월 4주 봄 시리즈 세 번째 주제
"봄 사람"

 마당의 매화나무 곧 절정이 되려 하는데 비 소식이다.
일단 민트 검수 들어갑니다. 킁킁


봄에 떠오르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그런데 봄에만 떠오르는 사람을 쓰려고 하니 어렵다. 봄에 생각나는 사람은 사실 지난겨울에도 떠올렸고 그전 가을과 여름에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떠올리는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없다. 그래서 나는 봄마다 마른 가지에 구슬처럼 매달린 팝콘 모양 매화꽃을 생생하게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굳이 과거의 사람을 떠올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사람, 생생히 나와 마주한 그 사람을 봄꽃처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쓰고 싶어졌다.


내 앞의 사람을 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사람 봄 사람이 누구이더라도 우리는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내가 보는 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3월 25일 비 소식에 매화 나뭇가지를 집으로 가까이 들이다.


봄 사람  
이 순간 내 앞의 당신을 봄

승무원들은 눈 맞춤 서비스에 익숙하다. 눈을 맞춘다는 것은 상대를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을 보는 단순한 일이 별 큰 서비스가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 맞춤은 승무원과 손님 모두에게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서비스이다.

여행의 출발 편 만석의 비행기 안, 단체 손님들에 끼어 창가에 혼자 앉아계시는 한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은 주변 손님들이 소란스러워 불편한 표정인 것 같다. 그럴 때 서비스하는 승무원이 잠시 눈을 맞춘다.


'좌석이 좁아 힘드시죠?

제가 언제든지 손님의 필요한 것을 드릴 수 있어요.

제가 당신을 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이 문장들은 말로 표현한 문장이 아니다.

그 사람을 봄으로써 눈으로 대신하는 말이다.

눈빛으로 단 몇 초 만에 그 말을 할 수 있다.

손님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말처럼 내용을 전할 수 있다. 잠시 동안 마음을 담아 눈을 맞추는 행위로써 안심을 시켜드릴 수 있다. 그러면 곧 알아챌 수 있다. 불편함도 편안함도 그 순간 손님의 눈빛을 읽어내면 쉬워진다. 생수 한 잔을 먼저 권해드리거나, 불편한 눈빛을 읽고 소란스러운 주변 손님이 계시는지 살펴 살짝 양해 말씀을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갈증이 심한 손님이 탑승했다. 비행기 탑승 경험이 거의 없어 수줍음이 많은 손님은 승무원 콜버튼을 누르기 부끄러워 음료 서비스가 있을 때까지 참는다. 드디어 승무원이 손님 쪽에 왔다. 그런데 승무원의 눈은 음료를 따르는 컵에 있다. 입으로는 음료를 주문받고 있지만 뭔가 바쁜 손은 이전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따르는 중이다. 이때 승무원의 몸은 손님 앞에 있지만 눈과 입과 손은 손님을 보지 않는다. 진정으로 그의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손님의 불안감이 올라온다.


하지만 바빠 보이는 승무원을 이해하려 하는 손님은 컵이 자신의 눈앞으로 오자 승무원의 컵을 자기가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순간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손님의 손을 지나친 컵은 자신의 옆좌석 테이블에 놓였다. 머쓱해진 손님의 손은 얼른 좌석 앞 포켓에 있는 기내지를 괜히 뒤적거린다.


이번엔 승무원이 반대쪽 손님에게 고개를 돌리고 ‘어떤 음료로 하시겠습니까?’ 하고 상냥하게 주문을 받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음료를 척척 따르고 있다. 잠시 손님은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승무원이 잊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목이 타는데 언제 내 음료를 따라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손님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목이 타서 물 한잔 겨우 마시려는데 자신을 보지도 않는 승무원에게 갑자기 화가 올라오려고 한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하지만 마음의 소리를 잠시 누르고 있으니, 주문한 생수 한잔이 드디어 눈앞으로 온다. 그러나 옆좌석 손님이 갑자기 뭔가 물어보는 바람에 승무원은 그 손님에게 대답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토록 기다리던 생수 한잔은 좌석 테이블의 한 구석에 조용히 올려졌다.


우리가 자주 겪을 수 있는 흔한 상황일 수도 있다. 승무원이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손님의 마음은 어떨까?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인 듯 무시(無視)하는 것으로 느껴져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서비스도 만남도 대화도 한 번에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바라봐지지 않은 그 사람은 불만족, 불안으로 쉽게 이어지고 이 감정은 다른 일로 터지기도 한다.

보는 것은 그래서 존중이다. 보는 것 만으로 존재를 인정한다는 존중을 표현할 수 있다.



3월 15일 마당에서 처음 발견. 몰랐었어. (작년에 게을러 구근을 안캐주어 미안해..)
3월 22일 일주일 만에 쑤욱~( 예쁘네 고마워.)

얼마 전 마당의 튤립 싹이 손가락 길이만큼 올라왔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봄마다 바닥에 뭐 나는 거 없나 뒤지던 나였는데 올해는 허공만 보고 다녔는지 치우지 않았던 낙엽에 가려져 튤립 싹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나에게 그 싹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높이 올라와있었는데 보지 않아서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 '관찰자 효과'(궁금하시다면 클릭) 라는 것이 있듯이, 봄이 왔지만 우리가 보기 전에는 봄의 꽃들도 움트는 새싹도 존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 앞의 존재를 진실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치는 사람들이 어떤 세상의 인연을 거쳐서 내 앞에 나타난 존재인지 나의 작은 눈으로는 아직 잘 볼 수가 없다. 우리는 그래도 내 앞의 사람 하나를 볼 수는 있다. 그들이 내 인생에서 엑스트라일 수도, 아니면 나중에 다시 나올 반전의 히든카드를 쥔 핵심 인물이 될지 나의 눈으로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내 앞의 그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평생의 파트너도 그렇게 만나기도 하니 말이다.


인맥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받을 계산이나 의도가 없이 자신 앞의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대한다. 사람들은 그 열린 마음에 인연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약한 연결’의 관계가 오히려 큰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명한 명상가로 추앙받던 한 사람도 어느 날 학생의 질문에 귀찮아 그저 그런 대답을 하다가 번뜩 자신의 태도에 놀라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수행을 시작했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 앞의 한 사람을 중요하게 보는 것을 실천하는 일.

손님께 주문받은 생수 한 잔 마음 다해 놓기는 어쩌면 쉽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의 실천은 아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명하고 싶다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도, 자주 만나지도 못해 더 연결이 옅어지고 있는 내 주변 인간관계에서도 내 앞의 그 한 사람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내 앞에 당신을 봄’의 중요성을 매일 다시 떠올려보아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꼭 잊지 말고 보아야 할 사람이 있다.

매일 아침저녁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

거울 속 늘 보이는 거기 있는 사람. 나를 보는 사람인 나 자신을 본다.

그 어떤 타인을 보는 행위보다

매일 같은 사람 나 자신이라는 사람을 온 마음으로 본다.

이 계절 봄에 봄 사람 나를 더 많이 바라보기로 했다.

봄꽃처럼 천천히 내미는 얼굴이라도,

사라지지 않은 생명력이 숨겨져 있는

봄 사람 나를 더 보고 싶다.

봄에 더 신이 나 아이처럼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봄 사람 나를 꽃 보듯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다.

꽃보다 사람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 글 늘봄 유정 작가님의 <스물다섯스물하나의 봄>

*매거진의 이전 글 객원작가 보리작가님의 글 <사업실패로 숨어든 귀농은 실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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