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영경 Sep 30. 2022

고양이를 부탁해

가까운 이웃의 소중함

가족이 된 고양이 민트

그녀는 유기묘 생활 1여 년 후 우리 집에 와서 두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순하고 싸움 못하는 그녀는 보호소에서도 백전백패였다고 했습니다. 다른 고양이에게 늘 맞고도 제대로 반격을 못하는 약한 아이라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에 입양되기를 바랐다고 들었습니다.


민트가 우리 집에서 산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족이 된 그녀는 아이들 곁에 언제나 조용히 앉아있거나 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아빠의 발에 애정을 슬쩍 표현하다 스윽 가버리는 집고양이가 되었지요.

그런데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면 한 가지 큰 문제가 생깁니다. 여행을 떠나게 될 때 고민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함께 갈 수 있는 동물도 있지만 고양이처럼 영역 동물은 같이 여행을 다닐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로 그동안은 집에 머물러있었지만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우리 가족은 민트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3주 동안이나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이웃에게 가끔씩 저희 집에 와주십사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웃 연 0 엄마와 보리 엄마 그리고 준 0 엄마 3분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렸고 그 이후 여행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여행 출발 며칠 전 일이 벌어졌습니다. 민트가 좋아하는 풀을 마당에서 잠시 먹는 사이에 길냥이 치르치르가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자기 영역을 지키는 본능이 발동한 민트가 치르치르를 쫓아내려 달려갔고 울타리 밖으로 나간 민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민트는 턱과 꼬리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떠나야 했던 저희는 결국 상처 소독을 위해 민트를 동물병원에 맡기는 일도,

병원에 있는 고양이를 면회하는 것도,

며칠 지나서 상처가 아물어 집으로 데려오는 일도 모두 이웃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고양이 하나를 두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온 여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트가 걱정이 되었지만 감사한 이웃들 덕분에 민트는 집에 잘 돌아왔고 CCTV로 중간중간 잘 있나 여기서 확인도 해보고 있습니다. 매일 들러주시겠다는 이웃분의 감사한 배려에 마음 반쪽은 집에 두고 왔지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가까운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는 마음이라 불편한 마음도 컸습니다. 누구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보다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혼자 찾아보려고 끙끙대는 저의 성향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말하면 원하는 자신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 욕구를 채우는 ‘자기 돌봄’의 방법 이기도 할 것입니다.


민트 덕분에 저는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용기를 내고 이웃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또 돌려받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걱정 없이 다녀오라고 일부러 병원에 들러 동영상을 찍어 민트의 안부를 확인해주셨던 동네 책방 <너의 작업실> 탱사장님, 무거운 케이지를 들고 왔다 갔다 병원을 방문해주셨던 이웃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멀리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꽉 차 여행을 이어갑니다.


3주 동안 태국 치앙마이의 새로운 집에서 머물고 있는 우리 가족은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갈 집은 똑같지만 아마 이전과는 다른 집에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하고 나서 그 전보다 더 할 말이 많아진 이웃, 보고 싶어지고 더 감사한 이웃이 있어서 우리 집과 이웃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고양이를 두고 여행을 떠나신다면

이웃에게 부탁해보시겠어요?

제가 언젠가 이웃이 된다면 도와드리고 싶어요.

꼭 알려주세요~

당신의 다정한 이웃이 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보글보글 글놀이
9월 5주
‘가까운 이웃’

*매거진의 이전 글, 아르웬 작가님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친애하는 도박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