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글놀이 12월 4주 “크리스마스 선물”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나를 둘러싼 사물
그것은 내가 바라고 원한 상상력의 산물.
곧 고물이 될 다기능의 전자제품보다
죽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것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소비물 보다
생명의 에너지를 나누는 생물을 도우는 일이면 좋겠다.
삭막한 건물 안에 갇혀 있지 않는 새처럼 자유로운 것
길가의 평범하고 흔한 식물로 만들어지는 어떤 것.
각종 첨가물 대신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 좋다.
소박하고 심심하지만 산삼보다 더 건강한 나물,
직접 기른 작물이나 고향의 특산물,
종갓집에서 담은 소중한 김치맛의 선물,
수고와 정성이 만든 부산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자연의 완벽한 창조물을 땅에서 식탁으로 옮겨와 꽃병 안의 예술로 가까이 누릴 수 있는 식물도,
11살 처음으로 한 땀 한 땀 떠서 딸이 나에게 선물한 갈색 목도리의 성긴 직물도,
그 어떤 사진작가의 사진보다 찍은 사람의 다정하고 오로라 같은 심성을 알기에 12장 모두 소중해서 뗄 수 없는 2022년 그리고 2023년의 친구들의 캘린더 편집물도,
올해는 여러 가지 방송용 음악을 하며 음악감독과 편곡, 프로듀싱으로 남편이 만든 저작물도,
모든 특별한 선물은 마음을 담은 손끝에서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그저 받기 위해 주는 물물교환이 아닌 선물
밥을 아무리 줘도 내 손길 한번 허락하지 않는 서운한 마당냥이들이라도 올겨울 부디 살아남아달라고 덮어준 비닐하우스 가건물
주문한 책을 받으러 아이들과 갔다가 초콜릿 하나 주고 되려 동화책 두 권을 선물 받고 돌아오게 된 <너의 작업실> 책방 주인장 구멍 탱님의 책 선물
선물은 물물교환이 아니라 물물전달처럼 주위로 주위로 전달되는 아름다운 사물
사랑의 마음이 담긴 애정물
다른 마음이 섞여 들어간 화합물
그 속에서 반응이 일어나 새로운 더 큰 사랑으로 탄생되는 창조물
그 안과 밖에서 조용히 빛나는 주위 소중한 인물
그들은 깊은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질적인 연결을 할 줄 아는 인물.
굳고 말랐던 내 안의 물을 안에서 밖으로 흐르게 만들었던 수맥 장인, 눈물 장인
그 수많은 ‘~물’ 들이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사람이 선물이다.
존재와 만남이 선물이다.
선물은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것을 받게 된다.
흡사 정반대처럼 보이는 바로 그것, 그 사람이 어쩌면 가장 나에게 필요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삶의 지혜가 담긴 그 선물을 행복히 받아 들고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신다.
나를 통과하는 지혜의 국물처럼 들이킨다.
나를 채우고 채워 넘쳐흐르기를
사람이라는 선물이
만남이라는 선물이
제가 브런치 첫 글을 올린 지 딱 1년째 되는군요.
보글보글의 시작부터 일 년 동안 매주 숙제를 받아 들고 고민하거나 신나거나 하면서 일 년을 보냈습니다.
보글보글은 매주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이런 숙제를 스스로에게 내고 지키려고 했을 때
감사하게도 정성껏 읽어봐 주시는 분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특히 보글 보글에 참여해 주시고 답글까지도 달아주신 멋진 작가님 덕분에 일 년 동안 저는 큰 선물을 받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보글보글 글놀이
12월 4주
“크리스마스 선물”
*매거진의 이전 글, 아르웬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