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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Nov 05. 2018

'I have a dream!' 마틴 루터 킹 연설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꿈은 아메리칸드림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꿈입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꿈입니다. .... 내 아이들이 피부색으로 평가받기보다는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기 바라는 꿈입니다."

1963년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마틴 루터 킹이 연설한 (20세기를 뒤흔들었다고 평가받는) 하이라이트 대목이다. 
그날 킹의 연설은 평소 그의 방식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미리 대본이 짜여졌고 평소 그의 방식대로라면 대본을 완벽히 외워 연설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대본대로 진행하다가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즉흥 연설의 파격을 저지른 것이다.

그는 목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설교했고, 그전부터 각종 웅변대회에 참석하여 입상하는 등 웅변에 탁월한 실력을 나타냈다. 
소위 천부적인 자질이 있음에도 주일 설교를 앞두고 화요일부터 원고를 쓰고 다듬고, 자료를 꼼꼼하게 조사하고, 그것을 달달 외운 다음 강단에 올라서기 전 원고를 자리에 두고 나갔다. 
설교 준비를 위해 매주 15시간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비록 7분이지만, 그 중요성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설교를 합친 것보다도 더 중요했을 연설에 대본을 무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의 파격은 연설의 대미를 장식했고 청중들의 마음을 울리고, 미국을 바꾸고, 세계에 퍼졌다. 
그의 연설 모습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https://youtu.be/3vDWWy4CMhE 
(그는 이 연설 후 얼마 되지 않아 39세의 나이에 암살당했다.)


Rev. Dr. Martin Luther King Jr. speaking. Julian Wasser—The LIFE Images Collection/Getty Images


이 경우를 보면 어떤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고 위기를 무릅쓰는 것이 그 순간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더 잘 전달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 등장했던 키스 재럿의 즉흥 재즈 콘서트도 그랬고, 20세기 음악의 역사를 바꿔놓았다고 평가받는 명반, <카인드 오브 블루>의 마일스 데이비스도 그렇다. (이 음반은 녹음하는 데 채 아홉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은 즉흥성은 빠른 속도,  경제성, 유연성이라는 강점에다 창조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순간, 뇌는 잠금 상태를 해제하고 더 많은 것을 쏟아낸다. 

그런데 즉흥성만 믿다가는 큰코다친다. 
즉흥성이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잘 닦인 기본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시간 노력과 훈련으로 축적된 내공의 바탕 위에서 즉흥성이 불꽃을 일으킨다. 
키스 재럿이 즉흥적으로 재즈 콘서트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건반을 두드려야 했겠는가. 
마일스 데이비스가 급조한 드러머 등 녹음실의 무질서한 혼돈을 기막히게 변주할 수 있었던 것은 대충 스케치한 멜로디 라인만 가지고도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흥적인 행동을 능숙하게 하고, 그게 효과를 보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반복 연습이다. 
둘째, 무질서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기꺼이 헤치고 나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셋째, 상대방(청중, 고객...)의 말(표정)을 진심으로 듣는 능력(경청)이다. 
넷째,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놓는 것이다.(용기)

심지어 정확히 말하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그날의 연설의 하이라이트도 즉흥적인 게 아니었다. 
그 내용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그가 설교할 때 즐겨 이야기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말하라고 연단의 뒤에서 힌트를 줬다. 
그리고 그는 대본의 결론을 그것으로 대체했던 것이다. 

즉흥성은 잘 벼려진 내공 위해서 빛을 발한다. 
천재도 아니면서 천재 흉내를 내다간 세상 사람들로부터 바보로 손가락질 당할 수 있다. 
준비된 것 없이 진짜 즉흥적으로 내지르다간 극적인 자기 파괴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다. 
1980년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보석 유통체인 회사를 일궜던 제럴드 래트너처럼 경솔한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또는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바대로 말 한마디 실수로 홍역을 치르는 유명인처럼)

래트너는 중요한 자리에서 연사로 나서서 자사 제품에 대해 '완전 쓰레기 TOTAL CRAP'라고 농담을 했는데 이게 다음 날 아침 온갖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그때부터 주가가 폭락하는 등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의 농담은 즉흥적인 게 아니었다. 
사전에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고,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 이런 식의 농담으로 재미를 봤던 차였다. 
즉흥성이 문제가 아니라 실은 판단 착오였다. 

다시 결론을 정리하면, 
즉흥성은 잘 벼려진 내공과 상황을 제어하는 옳은 판단력으로 빛을 발한다. 

(적용 : 나도 늘 새로운 청중 앞에서 강의를 해야만 한다. 강의는 내공과 즉흥성이 빚어내는 예술이다. 즉흥성이 빛을 발하도록 내공을 기르는데 더욱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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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메시MESSY>>(팀 하포드) 읽고,  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messy : 지저분한, 엉망인)
05 찰나의 기지가 승패를 결정한다(207~246page)

글쓴이의 다른 글들 : zanr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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