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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Mar 04. 2019

의사 선생님은 좀 자리를 비켜 주시겠어요?

전문직의 종말

목이 좀 안 좋아서 동네 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데 까칠하게 생긴 의사가 무슨 말을 할라치면 족족 말을 막았다. 

그러려면 물어보질 말던가.

그것도 2~3분 면담이 전부였다. 

의원을 나오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이곳에 다시 들를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닌듯하다. 

의사는 환자가 이야기를 시작한 지 평균 18초 만에 끼어들었다고 조사됐다. ('닥터스 씽킹'(레롬 그루프먼))

의사에겐 의술 이전에 환자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 

앞으론 더욱 그렇다. 

단순히 의술로만 따지자면, 앞으로 동네 의원의 한 명의 의사보다 인공지능(IBM의 왓슨 류)이 더 우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사의 중요한 덕목은 의사 사람 대 환자 사람의 대면 접촉을 통한 공감능력이 될 것이다.

공감이 서툴거나 빈약하면 사람은 차라리(속 편하게, 간단하게) 기계와 공감하려 할 것이다. 

전문직의 위협은 드러난 기계의 기술 위협이 아니라 이처럼 사용자 인간이 어느 편에 공감의 가치를 부여할 까의 싸움이 될 수 있다.  

영화 'HER'에서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 서툰 사람이 로봇과의 관계에 깊이 빠져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로봇은 짜증 내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내 얘기를 들어주고, 기억해 주고, (빅데이터와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리터러시 기술을 활용해) 관심을 표명한다.

게다가 은밀한 욕망? 을 채워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능력이 좀 부족해도 인간 최고 기술자(전문가)에게 점수를 더 주고,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이다.

이는 인간보다 훨씬 빨리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올림픽 때마다 달리기 종목이 벌어지고 인간 최고 선수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 상담가의 공감은 진실한 공감인가?'라는 생각을 해 볼 때, 직업적인 훈련을 받은 시스템적 공감일 확률이 크다. 

그래도 상관없다. 

사용자가 인간 전문가에게서 쓸만한 것을 넘어 신뢰할 만하고, 단순 소통을 넘어 진실한 공감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면 로봇에 비해 다소 부족해도 여전히 인간 전문가를 찾을 것이다. 

사람 사이의 진정성 1이 기계 기술 10을 압도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는 곧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는 병원을 찾은 환자가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려 하니 의사 선생님은 좀 자리를 비켜 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하는 현실을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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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를 읽고, 『묵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책의 주장과 다소 다를 수 있으며, 제 생각이 다수 첨가됐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4차산업혁명 #전문직 #전문직의미래 #빅데이터 #인공지능 #일자리 #미래직업 #미래학

1장 대타협 (1~76쪽)

2장 최첨단에서 벌어지는 일(77~140쪽)

3장 전문직 전반에서 나타나는 패턴(141~196쪽)

4장 정보와 기술(199~253쪽)

5장 지식의 생산과 분배(254~308쪽)

6장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311~365쪽)

write by 기록과미래연구소, 이찬영 (zanr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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