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의 스테이터스를 찾았다.
나는 게임을 통해서 방구석 분석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게임에 빗대어 나는 부모님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은 평범하다. 평범하다는 것은 보통의 대다수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의 보통의 대다수는 요즘 2030도 마찬가지지만, 어딘가에 취직해서 '월급'을 만들어두면 대부분이 개인의 성장을 포기한다. 더 정확히는 잊어버린다가 맞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는데, 9 to 6 근무를 하고 집에 오시면, 아빠는 항상 TV 앞에 누워계셨고, 엄마는 간단하게 집안일을 하시고, 밥을 차려주시고는 아빠와 함께 TV를 봤다.
소비 습관도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허세는 없었지만, 아빠는 돈쓰는 씀씀이가 컸다.
여기서 벌써 두 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첫째, 근무 외 시간에 자기 공부를 하지 않았다.(=이때만 해도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둘째, 절약 습관이 부족했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한 평생 같이 살아 온 부모님의 두 가지 문제점을 '분석'이라는 추상적인 목적을 갖고 살펴보니까 이렇게 문제가 많았구나. 하하호호 웃으며 돈을 쓰고, TV를 보는 즐거운 행위가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이기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 완전 끝에 있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을 갖고 현상을 관찰하기 전까지는 인간은 물리적인 것에 추상적인 개념을 붙여 이해하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두려웠다. 엄청 대단해 보였던 우리 부모님이, 사회탓만 하고, TV에 나오는 연애인과 정치인의 자극적인 뉴스에 욕을 한다. 청렴하고, 대단해 보였던 부모님은 '신'도 '무엇'도 아닌 그냥 노동자였다. 그들이 욕하는 자들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노동자였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저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거울을 들여다 보고, 나를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게임은 참 쉽다. 모든 능력치가 수치화 되어 드러나 있다. 지능, 체력, 운, 민첩성 등의 존재하는 항목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있고, 그 모든 것을 간단하게 숫자로 표현한다. 만약 내가 자본주의를 게임으로 보지 않고, 현실과 게임이 유사한 점이 없다고 생각하고, 분석의 목적을 갖지 않았다면 현실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나는 정말 소름 돋고 무서운 한편,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에는 상태창을 띄울 수 없었다. 나는 여기서 메모의 중요성을 느꼈다.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그때의 내 지능으로는 보는 것 만으로, 나를 파악할 수 없었다. 공책을 펼치고 일단 그동안 살면서 주워들었던 상태에 대해서 나열해보기 시작했다.
학벌, 키, 피부, 몸매, 직업, 연봉, 유연성, 심폐지구력, 근력, 지능.. 정말 쥐어 쫘낸게 이 정도. 그때는 계좌나 자산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진짜 이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데 진짜 소름 돋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결국에 꽤나 좋은 스테이터스(=능력치) 항목을 작성하게 된다. "자본주의 게임" 속에 우리가 경험하고 갖고 있는 스테이터스는 이렇게 구분된다. 일단 크게 "상태, 상황, 환경"으로 구분되며, 직접적으로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첫번째 능력치는 크게 "상태"인데, 이것은 "육체, 지식, 정식"으로 구성된다. 나중에 추가한 항목인데, "자산"도 있다.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플레이어임을 자각하기 전과 후 그리고 상태를 바꾸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는 다음 글에서 작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