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만 결국 다시 신칸센을 타게 되는 이유

8 - 지요다구 도쿄역

by 히요쿄

2026. 03. 17.


부모님과의 여행을 위해 나고야에서 만나기로 한 날, 나는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게 되었다. 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그것들은 전부 신칸센이 아닌 그냥 평범한 기차였던 것 같다. 이토록 빠른 속도의 기차를 타 본 경험은 없다고 몸으로 느끼는 감각들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신칸센을 타려면 우선 우리 동네에서 도쿄 역까지 나가야 한다. 도쿄 시내에서는 도쿄 역과 시나가와 역에 신칸센이 다니는데, 거리상으로는 비슷하나 우리 동네 역에서 도쿄 역까지는 한 번에 가는 덴샤가 있기 때문에 도쿄 역으로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그 덴샤를 탈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정기권도 이용이 가능하다. 정기권 덕에 신주쿠까지의 요금은 공짜고, 신주쿠에서 도쿄까지 가는 만큼의 요금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그렇게 나고야에 가는 신칸센을 타러 도쿄 역으로 향한다. 나고야 여행기는 또 다음 기회에 정리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신칸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칸센 도쿄역


신칸센은 홋카이도부터 규슈를 잇는, 일본을 관통하는 철도의 척추 같은 존재이다. 홋카이도의 신하코다테역부터 일본 본섬의 최남단 가고시마역까지는 약 2,100km에 달하는 거리로, 신칸센을 타고 이 거리를 횡단하면 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신칸센의 최대 시속은 320km/h이지만, 신하코다테부터 가고시마까지 하나의 노선으로 갈 수 있지는 않고 적어도 도쿄 역에서 환승이 필요하며, 각 역에 정차하는 시간도 소요되기 때문에 거리에 시속을 비례시켜 계산하는 단순 시간보다는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2,100km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생각하면(차를 타도 하루 24시간이 꼬박 넘게 걸리는 거리이다.) 대단한 교통수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만큼 신칸센의 요금은 굉장히 비싸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도시로 이동하는 데에 비행기 티켓이 더 저렴한 경우도 꽤 있다. 이렇게 신칸센 요금이 비싼 데에는 꼭 신칸센뿐은 아니고 일본 철도의 특이한 요금계산방식이 한몫하는데, 그건 바로 '특급권'과 '승차권'을 나누어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차권'은 이름대로 승차할 권리라기보다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권리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듯하다. '특급권'이라 하면 무언가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는 건가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특급권이야말로 바로 그 열차에 그냥 ‘승차‘ 또는 ’탑승’할 권리를 주는 티켓이다. 승차권은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보통의 덴샤나 버스를 탈 때처럼 교통카드를 찍는 것으로 요금을 자동결제할 수 있으며, 특급권의 경우 무조건 창구나 기계를 통해 별도의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는 여행객의 경우 그냥 승차권+특급권을 한 번에 구매하면 되고. 교통카드 터치로 승차권을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공항에 오가는 스카이라이너 티켓을 살 때 대체 왜 이 승차권과 특급권 티켓을 굳이 구분해서 두 개의 티켓을 사게 하는지 의아했었다. 왠지 난 그냥 승차만 할 건데 승차권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신칸센을 처음 타게 되면서 이 승차권과 특급권이 왜 구분되어 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신칸센의 승차권은 거리에 비례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승차권을 구매한 거리 내에 정차할 때 내렸다가 다시 탑승해도 괜찮다. 즉, A 도시에서 C 도시로 이동하기 위한 승차권을 사면, 승차권이 허락하는 기간 동안은 A와 C 사이의 도시 B에 내려서 여행을 하고 다시 열차를 탑승해도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신오사카까지 가는 신칸센의 승차권은 약 4일간 유효한데, 그렇다면 3월 1일에 구매한 승차권은 4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그러면 3월 1일에 도쿄에서 출발하여 나고야에 들러 하루 묵고, 2일에 다시 나고야를 출발하여 교토에서 하루 묵고, 3일 차인 3일에 신오사카에 도착해도 이 여정은 ‘승차권’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열차를 탈 때마다 그 열차에 탑승할 권리인 ‘특급권’은 새로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특급권을 구간별로 구매한다고 해서 승차권+특급권을 한 번에 구매해 하루에 이용하는 것보다 크게 비싸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계산해 봤을 때 그 가격은 2~3천 엔 정도의 차이로, 전체 금액(도쿄-신오사카의 경우 편도 13,800엔)과 다른 곳도 여행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생각하면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 이 승차권과 특급권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시간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데 이동 시간은 최대한 단축하며 여러 도시를 구경하고 싶을 때 적절히 활용하기에 유용할 것이다.


일본은 이렇게 철도 시스템이 복잡하고, 또 철도 회사도 워낙 많다 보니 이런 복잡한 세계를 탐구하고 알아 가다가 이른바 '철덕(철도 덕후)'이라는 게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덕질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관이 너무 단순해서도 안 된다. 복잡하고 어렵기에 그걸 파는 덕후가 생기는 법.


신칸센 안에서


이번 나고야 여행과 이후에도 신칸센을 몇 번 이용해 보니, 비행기와 비교할 수 없게 신칸센 쪽이 훨씬 편리하고 빠르다고 느꼈다. 우선, 주요 신칸센의 배차 간격은 10분 정도이다. 신기하게도 이 10분 배차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승객이 신칸센을 이용한다. 배차가 많기 때문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거나 늦게 가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며, 비행기를 이용할 때처럼 시간을 철저히 맞추기 위해 미리 역에 가있지 않아도 된다. 이는 생각보다 심적으로 굉장히 편안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지상에 있으므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환경이 엄청 빠르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신칸센 자체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칸센에서 내리고 나서도 공항과 달리 신칸센 역은 대부분 도시의 가장 주요 역에 함께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미 시내에 있거나 시내까지 이동이 편리하다.


신칸센의 정말이지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 도쿄에서 오사카를 왕복하면 우리 돈 25만 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는데 이건 인천에서 오사카에 가는 항공권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실 그래서 간사이나 규슈 지방은 한국에서 가는 게 더 저렴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여행을 망설이게 되었는데, 신칸센을 이용해 보니 그 생각도 바뀌었다. 가격은 물론 비싸지만 한국에서 오는 수고로움에 비해 훨씬 쉽고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칸센 하나로 이 커다란 일본 땅이 연결된다는 신기한 감각을 경험하고, 결국 나는 부모님과의 여행을 마치고 2주 뒤 다시 신칸센을 타게 된다.

시속 300km로 빠르게 달리지만, 그만큼 마음은 더 여유로워지는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비싸지만 결국 다시 신칸센을 타는 이유를, 처음 신칸센을 타고 바로 납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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