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는 신종플루에만 먹는 약이 아니네요.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고 그냥 약 병원 처방 약 먹으면 나을 줄 알았는데 올해도 한 번은 심하게 앓고 지나갈 모양인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어머니께서는 손자 걱정에 앞서 이 못한 아들 녀석부터 챙기셨다고 합니다. 아비는 감기 안 걸렸냐고? 어머니가 그러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호흡기 계통이 약해서 아프신 날들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큰 수술도 5번이나 하셨고요. 그래서 제가 어릴 적에는 아버지께서 그냥 입버릇처럼 하신 말이 '아프더라도 60까지만 살아라' 그러면 막내(제가 2남 1녀 중 막내입니다)가 대학은 졸업할 터이고 그때까지만 살면 아이들은 알아서 살지 않겠나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건강한 체질이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20살이 되는 동안 한 번도 병원 문턱을 밟지 않으셨던 아버지께서 딱 한 번 병원에 문턱을 넘었는데 그것에 아버지의 첫 병원이자 마지막 병원이었습니다. 정작 늘 아프셨던 어머니는 올해 향년 74세가 되시는데 아버지는 53세의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어머니께서는 내가 참 오래 살았다 하시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꺼내십니다. 그리고 늘 자신을 닮아서 약골이라면서 막내인 나를 항상 걱정하십니다. 유전적으로 외모도 그리고 체질도 어머니를 많이 닮은 저는 어려서부터 감기를 시작하면 좀 심하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많이 심할 때는 폐렴으로 이어져서 병원 입원도 했었고요.
많이 닮았죠? 누가 보더라도 붕어빵 모자라고들 하네요. 어머니께서 뭔가 안 좋은 느낌이 있었는지? 몇 차례 전화를 걸어서 나의 안부를 물었다고 합니다. 제가 회사에 있는 동안은 급한 일을 제외하고는 집이나 가족들에게서 전화를 받는 걸 싫어해서 아들에게는 전화를 못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건 모양입니다. 어머니의 촉이란 게 대단한 것 같네요. 둘째 녀석은 월요일 독감 확진을 받고 오늘까지 쉬고 있는데 아내가 잘 격리해서 다른 가족들에게는 옮기지 않고 잘 지나는가 했는데... 어디 부모 마음이 그런가요? 제가 대신 아파주고 싶죠. 수요일쯤 둘째 녀석이 아내에게 야단을 듣고 하도 슬퍼게 울기에 앉아서 잠을 재웠는데 마침 저도 그날부터 컨디션이 나빴고 가벼운 감기 증상도 있어서 미리 병원에 들러서 조제약을 지어 왔는데...
어제저녁 무렵부터 갑자기 춥고 으슬으슬 급하게 퇴근해서 따듯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병원 조제약을 먹고 보일러도 장판도 따듯하게 돌리고 누웠는데도 추위가 가시질 않더군요. 마침내 온몸이 38.5도까지 올라가더니 열이 내려갈 생각을 않더군요. 몸은 뜨거운데 춥기는 또 왜 그리 추운지. 새벽 3시가 넘기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있다가 아 이러다가 아침에 출근도 못하겠다 싶어서 급하게 주간보고 자료를 정리해두고 아침에 병원에 들렸다 출근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아이의 해열제를 처방한 덕분인지 아침에는 열도 좀 떨어졌고 으슬으슬 몸살 기운도 좀 덜한 것 같아서 출근을 했습니다. 오전에 급한 일은 정리를 하고 주말 근무 상황도 챙기고 나서야 오후에 반차 휴가를 사용해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의사 선생님 왈 감기가 좀 심해 보이네요. 주변에 독감 걸린 환자 있나요?라고 물어서 둘째가 독감에 걸렸다고 했더니 독감 반응 검사를 해 보자고 하시네요.
불안한 느낌은 언제나 적중합니다. 아이로부터 독감이 옮긴 것 같다고 합니다. 다른 가족들에게 옮기지 않도록 수건부터 공간까지 완전히 나을 때까지 격리를 하라고 하네요. 그리고 시간이 충분하면 엉덩이 주사 맞고 난 후 수액도 하나 맞고 가라고 하네요.
독감이라 그런지 병원비도 생각보다 비싸고 약 값도 비싸게 나오네요. 병원은 독감 반응 검사와 수액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해줘서 놀랬습니다. 저는 타미플루는 지난번 시끄러웠던 신종플루의 처방약으로 알았는데 독감에도 타미플루를 처방한다고 하네요. 이 약은 한 통에 5일 분인데 중간에 감기가 낫더라도 한 통(5일분)을 마저 먹으라고 하네요. 약 값도 3만 원이 넘어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타미플루는 보험혜택이 안되나 봅니다. 타미플루 가격이 26,190원 하나 봅니다.
약사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시네요. 잘 먹어야 된다. 죽을 먹고 땀을 빼야 한다. 열이 떨어져야 빨리 낫는다. 과잉 친절하신 약사 아저씨의 명을 받잡고 잘 먹기로 해 봅니다. 어차피 회사에서 점심도 안 먹고 나왔고 시간도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려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소머리국밥 집에 들러 도가니탕을 한 그릇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 어머니 모시고 온 가족이 다녀왔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습니다. 도가니는 따로 건져 내어 양념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죠. 출근하기 전에 아내가 콩나물 국밥을 말아 줬는데 그때는 입맛이 없어서 니맛도 내 맛도 아니었는데 다행히 아직 완전히 입맛을 잃어버리지 않아 맛있게 한 그릇 하면서 약사 아저씨의 말대로 땀을 쭉 빼고 먹은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몸 관리 잘해서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어젯밤을 생각하니 오늘 밤이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오늘은 주사도 한 방 맞고 수액도 맞고 보양식도 먹고 왔으니 오늘 밤이 지나고 나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 낮은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네요. 그러나 해가 지는 순간 어둠의 세력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약한 자들을 골라서 공격을 해 옵니다. 저처럼 당하지 않도록 몸 잘 관리하시고 다가오는 봄을 즐겁게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