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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경상 Mar 01. 2017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단 한 편의 데뷔작으로 전 유럽 서점가를 강타한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2017년 책 52권 읽기 열일곱 번째 책입니다.


확실히 세상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이끌려 움직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읽는 소설입니다. 지금까지는 소설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안나 카레니나',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까지 연속해서 읽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제 조금 소설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는 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의도치 않고 골랐는데 이 책도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스웨덴 국적의 작가가 쓴 소설이며 또한 데뷔작이라는 것 또한 일치하네요.


주중이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전자도서관 사용법과 관련된 글을 정리하기 위해 경상남도교육청 전자도서관을 통해 교보문고의 책을 고르다 보니 이 책을 대여하게 되었는데 이왕 빌린 거 그냥 반납하기보다는 어떤 책인지 확인이나 해 보자는 의미에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제목에서와 같이 100세 먹은 노인이 창문 넘어 도망쳐 봐야 무슨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 그저 그런 내용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늦은 오후 이 책을 집어 들고 나서 월요일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이 책을 쭉 읽었습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인 '알란'입니다. 그는 1905년에 태어나서 2005년에 100세를 맞이한 노인입니다.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누구나 다 100수를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축복받을 일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달렸겠지만 자유분방한 영혼인 '알란'에게는 시장까지 참석하는 자신의 생일잔치가 즐거운 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창문 넘어 어디로든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도망을 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터미널에서 의도치 않게 훔친 캐리어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의도치 않은 두 번의 살인 그리고 도망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얽히는 관계가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가 항상 새로운 모험과 도전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알란의 성장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현재의 사건 과정에 이야기로 풀어줍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황당하면서 재미있습니다. 근대사 100년의 역사를 이 한 편의 책을 통해 여행하면서 공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주인공은 알란은 아버지를 통해서 러시아 혁명을 경험하고 1차 세계대전의 과정 중 스페인 전쟁을 경험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해리 트루먼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중국의 장제스 총통과 영국의 처칠 수상 그리고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의 김일성과 다시 중국의 마오쩌뚱, 프랑스 드골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대부분 만나고 그와 특별한 인연을 맺는다는 게 소설이 아니면 불가능하겠죠. 작가의 상상력과 근대사에 대한 지식에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인 알란은 어떻게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과 연관을 가지게 될까요? 아시는 바와 같이 근대사 100년은 전쟁의 역사입니다. 알란은 폭발물 전문가이고요.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억지스러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야기 또한 소설의 재미가 있을만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여행(스웨덴 -> 스페인 -> 미국 -> 중국 -> 몽골 -> 에베레스트 -> 인도 -> 아프가니스탄 -> 이란 -> 터키 -> 프랑스 -> 인도네시아), 역사, 살인(갱), 돈, 사랑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알란'의 삶이 행복한 삶일까? 아니면 불행한 삶일까? 그런 생각보다 적어도 알란의 자기의 인생을 살았구나... 어떠한 환경이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서 그 순간의 삶은 즐기면서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101세의 삶도 자신의 삶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인 나도 벌써 많은 것을 포기하려 하고 있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삶을 나 보다 주변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맞춰 가려는 삶을 살려고 하고 있는데... 이런 나의 그릇된 사고를 깨우치는 작은 불씨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다음에 읽을 책은 김난도 교수의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가 아닌 '미움받을 용기'로 바꿨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나의 주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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