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하는 신랑 신부는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전체 가구의 1/3 가량이 맞벌이를 한다는 통계도 있다. 남자 혼자 벌어서는 평균 소득에 미치는 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계발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마땅히 맡길 만한 곳이 없다. 탁아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 데다가 마음도 놓이지 않는다. 그나마 평소에는 탁아소에라도 맡길 수 있지만 탁아소가 쉬는 주말에 근무해야 할 때는 정말 난감하다. 이럴 때 제일 만만하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시부모나 친정 부모다. 주말에 노부부가 함께 놀러 갈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일을 해야 한다면 아이를 맡기러 오는 자식들 때문에 모처럼의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들을 '첫 번째 바보 노인'으로 친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복 받은 모습의 노인이 지금은 첫째 바보가 된 것이다.
'두 번째 바보 노인'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니 하고 자녀들에게 미리 재산 다 물려주고 용돈 타 쓰겠다는 사람들이다. 몇 해 남지 않았을 것 같던 노후가 10년, 20년을 넘기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게다가 병 구완까지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3년 병 구완에 효자 없다"는 속담도 생겨난 것이다. 손주들에게는 용돈 많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단연 인기가 높다. 결혼하고 아이 낳더니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투덜대 봐야 자기 속만 상할 뿐이다. 놀러 올 때마다 용돈을 주면 오지 말래도 아이들이 졸라서 오게 된다. 돈으로 정을 사는 삭막한 세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아 얼굴 잊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최선이 이려운 현실이라면 차선이라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세 번째 바보 노인'은 손자들이 놀러 와 자고 가면 방 모자랄까 봐 뒤늦게 집 늘려 가는 사람이다. 인생을 가장 경제적으로 산 사람은 죽을 때 장례비만 남기고 다 쓰고 죽는 사람이라고 한다. 근래 역모기지론(Reverse Mortgage Loan) 혹은 주택연금이 노후 생활의 한 방법으로 등장했다. 평생에 집 한 채 마련하고 은퇴하여 별도의 생활비가 없는 사람들이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빌려 쓰고, 자기가 죽으면 팔아서 정산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한 후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재산 다 물려주고 손자 보살피며 재롱 보고 몇 년 살다 죽는 게 붐에게도 여한이 없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몇 년이 아니고 몇 십년을 더 산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늙어 몸은 아프고 돈은 다 떨어진 천덕꾸러기 부모로 살게 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