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사치 아닌 사치도 괜찮으니까
옛날 우연히 스타벅스 카드를 생일선물로 받고 나서, 나는 그때 이후 지금까지 스타벅스를 간다. 시작은 카드에 충전된 잔돈이 아까워서였지만, 지금은 어디 가든 간에 무난한 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종종 가고 있다. 옛날에는 주말마다 스타벅스를 가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이 주말의 일과이기도 했다.
그런데 몇 곳을 돌아다니고 나서부터 나에게는 어떤 매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저브 라는 곳이었는데, 보통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공간에 바로 닿아 있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자리였다. 리저브 이용 고객만 앉을 수 있다는 그 자리가 궁금해 가격을 검색해 보니, 별로 안 궁금해졌다. 그저 일반적인 수준으로 알고 있었던 스타벅스 커피 가격과 다르게, 리저브 커피의 가격은 '정말로' '비쌌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주위에서 스타벅스 리저브를 갔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 리저브를 먹으면 작은 초콜릿 조각을 준다는 것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나니 리저브가 궁금해져 가 보기로 했다. 스타벅스 리저브가 많지 않아서, 내가 사는 곳에서 오직 그것을 위해서 멀리 가기는 힘들었다. 결국 약속을 위해 잠깐 기다릴 때, 근처의 리저브를 가 보기로 했다.
익숙한 스타벅스 자리 배치와 다르게, 리저브 자리는 직원이 상주하는 곳 바로 앞에 있다. 바로 앞쪽에서 직원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에 리저브 전용 자리로 지정되어 있다. 리저브 메뉴를 구매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기에 자리 경쟁이 조금 덜하기도 하다. 리저브에는 전용 메뉴판이 따로 있고 주문하면 나무 탁자 위에 메뉴와 함께 원두 설명 카드, 작은 초콜릿 조각을 함께 내어준다.
리저브 자리는 조금 더 높은 의자인 것 같아서, 자리가 특별히 더 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비교적 덜 붐비기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먹기 좋다. 원두 설명 같은 것을 보면 좀 더 신경쓴 메뉴라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나는 입이 고급이 아니라 커피 맛은 잘 모르겠다. 초콜릿은 커피와 같이 먹기에는 조합이 애매할 것 같아 나중에 먹기 위해 챙겼다.
그런데 커피 맛을 잘 모르고 초콜릿은 나중에 먹더라도, 한번 리저브를 먹어 보니 다른 메뉴들은 어떤지 맛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 번 리저브를 가며 다양한 메뉴들을 먹어 보니, 내가 맞지 않게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리저브 메뉴에 시즌 한정 원두를 먹으면 가격이 만원 가까이 되는데, 먹으면서 그 원두의 특별함도 알지 못하고, 그에 걸맞는 편안함이 있는 것은 정확히 모르겠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결국엔 돈을 써서 무언가 구매를 할 때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일반 스타벅스 커피와 리저브 커피의 차액을 돈 내면서 리저브 전용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먹는 것에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나의 만족과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라면 몇천 원 정도는 쓸 만한 것 아닐까 했던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게, 커피란설탕과 우유를 넣으면 맛있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