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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항구도시, 베르겐

부모님과 노르웨이 여행

by 문현준

스타방에르에서의 첫 노르웨이 일정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다음으로 갈 곳은 스타방에르에서 버스 타고 5시간 정도 가면 있는 베르겐이라는 도시이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가다 보니 일정을 방어적으로 구성한 것이 있어, 기존에 내가 한번은 가 본 검증된 곳 위주로 진행했다. 근처 피오르드 일정을 시작하기 위한 도시로도 좋고 도시에도 구경할 것이 꽤 있어 베르겐에서 1 박을 하기로 했다.



내가 옛날 스타방에르에 와서 베르겐으로 버스를 타고 갔던 그 때 똑같은 버스 터미널에서 부모님과 함께 버스를 탄다. 옛날 베르겐으로 갔을 때는 성수기가 아니었는지 버스에 사람이 정말 없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타고 있는 지금은 사람들이 꽤 차 있다. 베르겐으로 가는 버스는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버스는 몇 번은 배에 실려서 바다를 건너기도 하는데 배에 버스가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버스에서 내려 배를 돌아볼 수 있다. 배 주위로 보이는 멋진 풍경경도 구경하고 꽤 튼실한 규모의 매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도 음식도 노르웨이 스럽다. 비싸다는 뜻이다.



버스 안에서도, 배 안에서도, 멋있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버스 이동 시간은 5시간 이지만, 중간에 내려서 배도 구경하고 매점도 구경하고 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매점도 구경하고, 배가 지나치는 노르웨이의 복잡한 해안선도 구경하다 보면 베르겐에 도착한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항구 도시인데, 내가 맨 처음 방문했을 때는 높지 않은 산 중턱에 줄지어 늘어선 알록달록한 집들과 항구의 건물들로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땐 날씨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사실 부모님과 함께 갔을 때의 노르웨이 여행에서 날씨 운은 정말 좋았던 편이었기에, 이날 베르겐에서의 잠깐이 가장 날씨가 안 좋았던 순간이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 2의 도시인 만큼 사람도 많고 가게들도 많다.




맨 처음 혼자 베르겐에 갔을 때는 날씨가 정말 안 좋아서 파란 하늘은 구경도 못했고 차가운 비가 내리는 건물 아래에서 궂은 비를 피하며 초콜릿 크로아상을 먹었다. 그때 따뜻한 것이라고는 크로아상 안의 녹은 초콜릿이 전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부모님과 함께 좋은 날씨를 구경하기 위해 그때 날씨 운을 모두 내다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겐 버스 터미널에서 얼마 가지 않으면 기차역이 있고 그 옆에 숙소가 있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맡겨둔 뒤 베르겐 시내를 조금 돌아 보기로 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수도인 오슬로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다. 도심 중앙의 광장과 그 주위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둘러싸인 대로를 걸어 항구 쪽으로 가면 어시장이 있다. 현지인들은 학을 떼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여행자들에게는 한번 가 보기엔 좋다. 이때가 월드컵 경기 중이었기에 월드컵 중계를 하고 있는 음식점에 사람들이 잔뜩 몰린 것도 볼 수 있었다. 근처의 신선한 딸기류를 준비해 컵에 담아서 파는 것 같은 사람들도 보였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항구 옆 어시장.
딸기가 아주 신선해 보인다.




어시장 근처에는 공용 화장실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유료 화장실이다. 돈을 내고 들어가는 방식인데 앞사람이 돈을 내고 들어가서 쓰고 나면 뒷사람이 쓸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쓰고 있었다. 어디든 간에 사람들 생각은 똑같은 모양이다. 아빠한테 화장실 돈 내고 써야 하니까 돈 들고 가시라 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쓰고 있어서 나도 그렇게 썼다 하며 돌아오셨다.



어시장 바로 앞쪽은 브리겐이라고 불리는 작은 지역인데, 옛날 베르겐 건축 스타일의 건물을 모아 놓고 보존해 둔 곳이라 한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형태의 형형색색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이 재미있다. 가까이 가면 건물 사이 골목길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사이사이 기념품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골목길 안에서 오려다보는 풍경도 나름 재미있다. 어시장과 브리겐 근처는 베르겐 중심지라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멀리서 본 브리겐의 전경.
브리겐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모여 있다.


좁은 골목 안 브리겐의 모습이 색다르다.



브리겐까지 돌아보고 나서 플로옌 산을 올라가기 위해 노면 전차를 타러 간다. 베르겐 시내 옆에는 플로옌 이라는 낮은 산이 있는데 이 산 꼭대기 까지 갈 수 있는 노면 전차를 탈 수 있다. 이 노면 전차도 관광 코스의 결정판이라면서 현지인들은 안 좋아한다는데, 얼마 높지도 않은 산 그냥 걸어서 올라가고 산책할 수도 있는것을 굳이 노면 전차를 뚫어놔서 돈낭비라고 생각한다나. 그래도 어쨌든 편하게 베르겐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들기에 부모님과 함께 올라가 본다. 플로옌 산 꼭대기에서는 베르겐의 전망이 한번에 내려다 보인다. 기차역 옆쪽의 호수부터 시작해서 근처의 산에 자리잡은 집들까지, 좋은 날씨에 예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노면 전차 타러 가는 사이에 본 골목길.
플로옌 산 전망대에서는 베르겐과 그 너머까지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플로옌 산에서 내려와 저녁까지 먹고 난 뒤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베르겐 시내 호수에 다시 돌아왔다. 오전 처음 베르겐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잔뜩 껴 있었는데, 저녁이 되니 구름이 모두 물러가고 맑은 날씨에 호수에 무지개까지 보인다.


점점 맑아지는 베르겐의 하늘.


플로옌 산이 줄지어 서 있는 집들과 그 아래 호수와 분수, 그리고 무지개.




베르겐에는 큰 쇼핑몰들과 상점들이 많아 필요한 것을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앞으로 1주일 정도는 큰 도시와는 거리가 먼 곳들을 돌아볼 예정이기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날 베르겐에서 모두 샀어야 했다. 나는 핸드폰 충전 문제인 줄 알고 보조 배터리를 하나 샀다. 보조 배터리 문제가 아니었고, 나는 돈도 날리고 배터리도 날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다



비록 짧았지만 충실했던 베르겐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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