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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노르웨이 도시, 그리고 더 조용한 교외

부모님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근교 구경하기

by 문현준
잠깐 돌아본 스타방에르의 호수 한 바퀴




이날 피오르드를 돌아보는 여객선을 탔지만 스타방에르의 마지막 날 시간이 남았던 나는 근처의 다른 가 볼 만한 곳들을 알아본 상태였다. 스타방에르 바로 옆에 괜찮은 언덕이 있지만 버스를 타고 조금 가면 있는 괜찮은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사실 전망대라고 하기보다는, 약간 높은 고지대의 라디오타워를 명소로 이용하는 것에 가까웠다.




노르웨이의 버스 요금은 정말 비쌌다. 일회권 표가 한 장에 6,000 원 정도였다. 맨 처음 노르웨이에 갔을 때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었는데 그때 방 주인이 표 처럼 보이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활짝 웃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필요 없는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 표를 사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작은 스타방에르 시내를 벗어나 도로를 달린다. 주위에는 농장과 집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눈에 보이는 사람보다 바로 앞 목장에 있는 가축의 수가 더 많다.



라디오 타워로 가는 길 중간에 농장이 있다.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바로 앞쪽에 보이는 라디오 타워는 중간 쪽까지 두 층 정도의 높이를 걸어서 올라갈 수가 있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정도 까지는 아니다. 아쉽긴 해도, 라디오 타워가 있는 위치가 조금 높아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 피오르드가 있는 쪽의 산들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쪽으로는 북해 쪽으로 이어지는 수평선이 보이기도 한다. 분홍색 꽃이 피어 있는 작은 들판 너머의 숲도 보인다.


라디오 타워 안쪽에는 작은 카페 겸 음식점도 있는 것 같은데, 방문한 날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라디오 타워 근처로 주위의 다양한 지형을 볼 수 있다.




라디오 타워 구경을 하고 나서 근처 해변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더 간 뒤 주거지역 같은 곳에 내렸다. 좁은 골목길이 반복되고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각기 특성이 조금씩 다른데, 다들 정원을 공들여 손질한 것 같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종종 잔디 깎는 기계가 혼자 돌아다니며 잔디를 깎고 있다. 마치 로봇 청소기 같은 모습인데 잔디를 깎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주택이 있지만 다들 정원을 공들여 정리해 두었다. 잔디 깎는 로봇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평화로운 주택가를 좀 지나면 목적지가 나온다. 현지인들이 평화롭게 시간을 지내고 있는 자갈 해변 옆으로 바위에 칼 모양의 철제 구조물 3 개가 꽂혀 있다. 옛날 하랄 1세 라는 사람이 최초의 통일 노르웨이를 세운 장소라 한다. 그때 세 가문을 통일했기에 칼 3개가 꽂힌 기념비를 만들었다 한다. 바위에 철 구조물이 꽂혀 있는 것도 이국적이지만, 근처에서 현지인들이 느긋하게 시간 보내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해변 쪽에서 소풍을 하며 시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조형물 아래에는 사람이 많다.




저녁은 숙소로 돌아와 호텔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었다. 연어와 소고기 스테이크, 치즈버거를 주문해서 부모님과 함께 나눠 먹는다. 호텔이니 밖에 있는 음식점보다는 비싼 것 같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사먹는데 드는 비용이 비싸서 어디서 사먹든 간에 비싸다. 노르웨이 사람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노르웨이만큼 비싼 동네는 아이슬란드 뿐이라고.




노르웨이 요리 - 특징 맛있다 그리고 비싸다


스타방에르의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이후 예정된 트롤퉁가 일정에 대해 걱정이 들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것은 항상 준비를 잘 해야 하니 좀 알아보는데, 트롤퉁가 가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본 것이다. 시간이 좀 있었던 차에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 다음 일정이 트롤퉁가에 가는 건데, 힘들까? 부모님과 같이 가는 거라서. 사실 옛날에 트롤퉁가 간 사람하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10시간 동안 하이킹을 했다고 했거든.'

'트롤퉁가는 꽤 거친 코스야. 준비 잘 하고 가는게 좋아.'

'프레이케스톨렌(스타방에르에서 갔던 하이킹 코스) 하고 비교하면 어떤데?'

'프레이케스톨렌은 애들 장난이지. 하하. 정말이야.'


애들 장난이라면서 여유롭게 웃는 직원의 웃음에서 전문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쉐락 볼튼(절벽 사이에 낀 돌덩이로 유명한 하이킹 코스. 교통이 불편하여 방문하지 못했다)은 어때? 거기도 힘든가?'

'거기도 프레이케스톨렌 보단 힘들지만 트롤퉁가 보다는 아니야. 트롤퉁가를 갔다온다면 노르웨이의 모든 코스를 갈 수 있을거야.'

'그럼 그 세 군데를 다 가본거야?'

'응. 프레이케스톨렌, 쉐락볼튼, 트롤퉁가 다 가봤지. 나도 하이킹을 좋아하거든.'


호텔 직원의 말이 꽤 압박적으로 다가오지만, 여기까지 와서 일정을 무를 수도 없으니 그냥 준비를 잘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한다.





그렇게 스타방에르에서의 마지막 저녁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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