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노르웨이 지역 버스 타기
베르겐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이용할 것은 버스였다. 사실 맨 처음에 생각했던 동선은 근처의 다른 도시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굉장히 시간낭비가 심한 동선이었다. 여행 동선은 일방통행으로 짜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버스가 없어서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버스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노르웨이 안 버스 회사들의 노선까지 잘 검색해 보고 나서야, 내가 원하는 버스 노선을 찾을 수 있었다.
일전에 스타방에르에서 베르겐으로 이동하는 버스의 노선은 피오르드 계곡과는 거리가 있는 해안선 쪽의 큰 도로들을 따라서 달리기에 가까이에서 피오르드 구경하기엔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 타는 버스는 피오르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방식의 버스 노선이기에 버스에서 주위 구경할 것이 많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베르겐에서 출발한 버스는 동쪽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피오르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중간 중간에 배를 타기도 했는데, 배에서는 내려서 배 안을 구경하고 밖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배 안에서는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승객 대기용 공간이 있기도 했고, 저 먼 지구 반대편에서 전해진 기묘한 춤을 추는 듯한 사진의 액자가 걸려 있기도 했다.
한 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환승을 해서 가는 버스 노선이었기에, 중간에 한적한 곳에서 내린 뒤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어떤 호호할머니 한 분이 버스 정류장에 같이 있었는데, 딱 봐도 외지인인 듯한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것이 신기한지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았다. 한적한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짙은 파란색의 바닷물이 넘실거렸고 저 멀리로는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버스 이동이 피곤한지 부모님은 보통 주무시는 편이었지만 재미있는 것이 등장하면 내가 두 분을 깨워서 같이 보곤 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저 멀리 산 위쪽에 하얀 것이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형태나 모습을 보면 빙하에 가까워 보였다. 멀리서 봐도 큼지막하게 보이는 빙하는 가까이 가서 본다면 얼마나 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빙하가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서 흘러내리는지 피오르드 안쪽으로 가는 버스에서 폭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작게 시냇물처럼 흘러내리는 것도 있었고, 딱 봐도 엄청 큰 물줄기가 되어 흘러 내리는 폭포들도 있었다. 바다에 원형으로 떠 있는 구조물들도 볼 수 있었는데, 그 명성이 자자한 노르웨이 연어들이 저런 곳에서 오는 건가 싶었다.
피오르드 안쪽으로 들어가 좁은 도로를 타고 다니는 버스에서는 피오르드와 그 근처 풍경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작은 보트들이 몰려 있는 작은 정박지도 볼 수 있고, 높은 산맥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 가까이에서 본다 해서 그 높이가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 부모님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저 멀리 얼음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 아래, 바닷물이 바로 앞까지 들어찬 그곳이 목적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