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노르웨이 빙하 만져보기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오다는 근처의 아주 유명한 하이킹 코스 트롤퉁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오다에 도착한 나는 오후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사이에 뭔가 하나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근처에 이것저것을 검색하다가 괜찮은 하이킹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나절 시간에 무리 없이 다녀오기에 좋을 것 같아, 부모님과 함께 오다에 도착한 날 바로 다녀오기로 했다.
운 좋게 체크인을 바로 하고 나서 빙하 구경을 하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다에서 멀지 않은 곳 buarbreen 이라는 빙하를 구경할 수 있는 작은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입구까지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버스 터미널 근처에 택시 회사도 있어서 이곳에서 하이킹 코스 입구까지 가는 택시를 예약할 수 있다. 빙하 말고 근처의 다른 유명한 여행지들이 있는지 회사 안에서 전단지를 볼 수 있었다.
택시는 요금과 주차장 통행료를 포함한 금액으로 주차장 입구까지 사람들을 데려다 준다. 돌아오는 길은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는 급하게 기사에게 물어본다.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거야?'
'주차장 쪽에 사람이 있을 거야. 사람들에게 말하면 전화 해서 택시를 불러 줄거야.'
'사람이 있다고? 없으면 어떻게 하지?'
'있을거야. 항상 거기 있는 사람들이거든.'
사람이 있다니. 택시 회사 직원이 있다는 뜻인가 싶지만, 괜찮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한다. 택시는 온 길을 돌아서 다시 내려가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하이킹 코스를 따라 간다. 하이킹 코스 앞쪽으로는 계곡 너머에 올라앉아 내려온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 빙하를 두 눈으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처음인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따라 올라가면 빙하를 더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돌투성이 길 왼쪽 하천에서는 빙하 녹은 물이 굉음을 내며 흘러간다. 트레킹 코스를 가다 보면 붉은 색으로 T 자가 적힌 글자를 볼 수 있는데, 잘 가고 있다는 뜻이다. 잠깐의 길이 끝나고 길이 숲 속으로 이어진다. 숲 길을 따라서 계속해서 걸어간다. 짧은 평지가 끝나고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만, 도입부는 길이 험하지 않아 어렵지 않다.
중간중간 보이는 빙하가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것 같다. 조금 올라가 보니 출발할 때 보였던 붉은 집이 한참 뒤에서나 보인다. 좁은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옆에 두고 계속해서 길을 걸어 올라간다. 가끔 부모님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올라가는 도중에 가파른 절벽도 있지만 줄을 잡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한번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기도 하지만 양쪽에 손잡이가 있어서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빙하 바로 앞까지 올라가는데에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약간 거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길이가 짧아서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먼 발치에서 빙하를 구경하는 줄 알았는데, 계곡 위쪽에 올라앉은 빙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빙하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원한다면 빙하에 올라가 볼 수도 있지만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안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계곡 너머 보이지 않는 빙하에서 녹아 내려오는 물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온다. 물이 정말 정말 차가웠다.
다시 올라갔던 길을 돌아 내려오는데 케이블카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인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위쪽에서 작업할 때 위쪽에 짐을 올리기 위해 만든 운송용 구조물이라 한다. 다 내려와서 보니 아무리 봐도 택시 회사 직원 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집에서 사는 것 같은 가족만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어서 이 사람들에게 택시에 대해 물어보니, 자기가 전화를 해 주겠다고 한다. 택시 회사에서 이야기 했던 사람이란 이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주차장이 거주민들 사유지로 되어 있어서 택시가 오고 가고 할 때마다 거주민들에게 통행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니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 줬다. 택시를 기다리며 입구를 구경하니 안내문이 적힌 간단한 표지판이 있다. 택시를 불러준 사람들과 조금 대화를 해 보니 겨울에는 빙하가 커져서 더 아래쪽까지 내려오고, 여름에는 지금 위치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계곡 입구에서 키우는 긴 털의 갈색 소는 고기가 아주 맛있다나.
알차게 빙하 구경을 마치고 오다로 돌아오니, 지고 있는 볕이 계곡 위쪽에서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