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노르웨이 피오르드 여행하기
트롤퉁가 하이킹을 마치고 오다를 떠난 다음날,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짙은 구름이 산등성이를 타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 군데군데 구름이 보였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중간에 한번 환승을 해야 했다. 중간 목적지로 가는 버스에 오르니, 마을버스 같은 내부가 눈에 보였다. 적당히 가방을 올려놓고 버스를 타서 밖을 구경했다.
밤에 비라도 온 걸까, 계곡마다 물이 고여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얼핏 보기에도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날씨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지만, 고인 물은 계속해서 폭포로 흘러내렸다.
환승할 작은 도시에 도착해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다. 버스 정류장을 보니 훨씬 더 긴 노선들도 많다. 10시간 정도를 오가는 버스 노선들도 있다. 옛날 교환학생할 때 다른 도시로 가던 것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노선들일 것 같지만, 부모님과 함께 다니기에 좋은 노선은 아닌 것 같다. 조금 걸어가니 바로 앞쪽에 큰 호수의 해변이 있다. 자갈과 돌투성이 해변이지만 함께 한번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기다리다가 다시 도착한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중간 중간 긴 지하 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호수와 높은 산 아래로 달리며 가까운 곳에서 높은 폭포를 스친다. 깊은 협곡을 둘러싼 바위 사이의 도로를 달릴 때, 거친 바위 절벽이 위압감을 자랑한다. 그렇게 달린 버스는 목적지 플롬에 도착한다. 피오르드 끝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산악 열차와 피오르드 관광을 위해 찾는 곳이다.
이전 플롬에 방문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간을 이용했었다. 다시 플롬에 부모님과 가게 되었을 때 그곳에 있었던 오두막집을 예약하면 좋을 것 같아 이번에 아주 일찍부터 예약을 했다. 2인 침대가 하나씩 있는 방에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오두막집을 빌릴 수 있었는데, 가격이 아주 합리적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부엌이 딸려 있어서 원하는 대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리셉션 뒤쪽으로는 공용 부엌, 취사장, 샤워장, 화장실, 쓰레기 분리수거 장소 등이 몰려 있고 뒤쪽으로는 숙소 건물들이 있다. 오두막집도 있지만 캠핑카나 자동차를 가져와서 텐트를 세우고 숙박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하는 듯 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캠핑카와 텐트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날씨가 정말 좋았기에 여행객이 많았던 것 같다.
짐 정리를 마치고 마트에서 장을 볼 겸 플롬 시내를 조금 구경해 본다. 플롬은 아주 작은 마을 정도의 크기라서 넓게 둘러볼 것은 없지만, 산악 열차가 출발하는 기차역과 함께 관광 안내소, 마트 같은 것들이 있다. 피오르드 끝에 있는 작은 마을은 거대한 크루즈 선이 들러 오기 때문에, 좁은 계곡 사이로 거대한 배가 들어오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온 물이 피오르드의 바다로 섞이는 해변도 바로 앞쪽에 있다.
멀리서 봐도 거대한 크루즈 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서 마트에서 앞으로 머무르는 동안 먹을 음식을 산다. 여행 행선지만을 정신없이 오가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5박을 계획했었고, 독립된 냉장고가 있기에 먹고 싶은 것을 충분히 냉장고에 쟁여 두었다. 오두막집 바로 앞에는 독립된 벤치가 있어서 밖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여기서 끓여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준비해 왔던 라면을 끓여서 부모님과 먹었다.
마트에서 산 맥주와 소세지를 먹으려는 생각에 소세지를 볶으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기름이 없다. 물론 물을 이용해서 요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옆쪽 오두막집 사람들에게 기름 교환을 하러 갔다. 요리할 때 쓸 식용유를 조금을 한국에서 잔뜩 챙겨온 믹스커피와 교환한다. 얻어온 식용유를 이용해 소세지를 파프리카와 함께 볶았다. 소세지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순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딱히 아무런 일정 없이 시간을 보낸다. 밤 늦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깊은 밤이 되기 이전처럼 하늘이 환하다. 극지방에서는 밤이 되도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런게 이곳에도 있는걸까 하고 궁금해했다. 더 늦은 시간이 되면 어두워지긴 하지만, 밤이 전반적으로 묘하게 밝은 느낌에 신기해했다.
산책을 가고 싶은 사람은 산책을 나가고, 인터넷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을 한다. 나는 남은 맥주를 더 마시며 노트북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썼다. 플롬의 평화로운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