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는 필수품
플롬에 온지 두번째 날. 플롬에서 많이 즐기는 피오르드 여객선을 타 보기로 했다. 하늘엔 구름이 약간 껴 있지만 파란 하늘도 보여서 날씨가 나쁘지는 않다. 마트에서 사 둔 시리얼과 우유, 빵, 콜드컷 햄과 야채들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온다. 독립된 부엌과 냉장고가 있으니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플롬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여행상품의 표를 구할 수 있다. 관광안내소와 함께 기념품 가게, 카페도 하나 있다. 이날은 플롬에서 유명한 여객선을 타기로 했다. 플롬에서 출발해 가까운 구드방엔으로 가는 크루즈를 타는 것인데, 좁은 바닷길을 따라 가는 사이 피오르드 구경을 하기에 충분하다. 접근성이 아주 좋기에 패키지 여행 코스에도 자주 포함된다.
출항 스케줄은 다양하게 있으니 편하게 골라 잡으면 되는데, 이때는 신형 여객선과 구형 여객선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신형 여객선이 설비가 좀더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생겼지만, 다시 간다면 구형 여객선을 탈 것 같다. 구형 여객선은 중간중간 작은 마을들에 서기 때문에 해안선에 가까이 가고 멀어지는 구경을 여러 번 할 수 있지만, 신형 여객선은 구드방엔으로 직행한다. 표에는 구드방엔까지 간 다음 플롬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 포함된다.
표를 사고 여객선에 올라가면 작은 플롬 항구에 배가 나란히 들어온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위에 있는 높은 산을 한번 둘러보면 플롬이 얼마나 작은 마을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배는 구드방엔으로 가기 시작하는데, 대략 2시간 정도 되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 뱃전에서 밖을 직접 보면서 갈 수도 있고, 안쪽의 창문 안에서 앉아서 구경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매점에서 간식과 음료를 먹을 수 있다.
무슨 모터보트 마냥 배가 쾌속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가고 있는데다가,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람이 매우 차갑다. 부모님과 오기 전 맨 처음 플롬의 여객선을 탔을 때 여름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옷을 하고 다녔는데, 뱃전이 너무나도 추워서 잠시동안만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사진을 찍을 때만 밖에 나오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안쪽에서 피오르드 구경을 해야만 했다. 부모님과 다시 갔을 때는 잘 챙긴 바람막이 덕에 뱃전에서 비교적 오래 있을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닿는 바람은 변함없이 차가웠다.
좁은 피오르드 사이를 지나면서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높은 산 사이로 한여름에도 남아있는 얼음덩어리를 볼 수도 있고, 사이사이 흘러내리는 폭포들도 있다. 구드방엔으로 가는 짧은 여정 사이에도 군데군데 마을들이 있는데, 구형 여객선은 이런 곳에 멈춰서고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구드방엔에 도착하면 옆쪽에 세 개의 폭포가 나란히 흐르고 있다. 바로 앞쪽에 기념품 가게도 있어 둘러보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플롬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한다. 터널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면 플롬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객선을 타고 주위를 구경하는 것이기에 고달픈 일정은 아니었지만, 플롬에서 총 5일을 있으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 저녁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파스타를 삶아서 소스와 함께 버무리고 치즈를 뿌려 한국에서 익숙히 먹던 치즈 오븐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아빠가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고른 초콜릿 케이크가 후식이었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했던 그런 케이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플롬의 두번째 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