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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데나, 노르웨이 자연을 걸어보기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곳

by 문현준

플롬에서의 세번째 날. 이 날은 플롬 근교에서 유명한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옛날 혼자서 플롬에 왔을 때 짧게 시간을 내어 방문할 곳이 어디가 있을까 해서 알아봐 방문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힘도 안 들고 짧은 시간에 좋은 구경 하기 좋은 곳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다시 그 전망대를 가 보기로 한다.


평화로운 아침 시간 숙소의 정문




플롬 시내의 관광안내소에 가서 가장 가까운 전망대 버스 일정을 확인한 뒤 표를 끊는다. 노르웨이의 관광안내소는 특정 상업적인 프로그램에 연결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성심성의껏 알아봐 주기에 노르웨이 여행을 한다면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무엇보다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찾기엔 한계가 있기에 현지 전문가들인 관광안내소의 도움을 찾게 된다.




관광객이 많이 있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관광안내소 표시



표를 끊은 뒤 시간이 조금 남아 관광안내소 근처를 돌아본다. 바로 옆쪽에 마치 항구 창고처럼 투박한 건물이 있다. 기념품 상점과 작은 조형물이 있는 분수대, 그리고 플롬에서 단 하나뿐인 카페가 있다. 직접 빵도 굽고 커피도 내려서 나중에 가 보기로 했다. 분수대 근처에서는 참새를 볼 수 있다. 새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아서 아주 가까이 가서도 새를 구경할 수 있다. 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계곡 아래 플롬 한가운데에 있는 소박한 건물 단지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는다면, 아주 가까이에서도 새를 볼 수 있다



잠시 후 시간이 되어 작은 봉고차가 도착하고, 차에 올라 전망대로 간다. Stegastein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라고 불리는 이곳은, 플롬에서 차를 타고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버스 안에서는 개인마다 주어진 작은 헤드셋을 통해 나름 주위 경관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지만, 사실 주위 경관을 구경하다 보면 굳이 해설 내용을 들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버스는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근처의 주차장에 서서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절벽에 마치 쭉 뻗은 미끄럼틀처럼 놓여 있는 이 특이한 구조물 끝에 가면 깊은 피오르드 계곡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저 멀리 작은 마을부터 시작해서 깎아지른 벼랑 위 아직도 녹지 않은 눈들까지. 계곡을 채운 짙은 남색 바닷물 위로 배가 오가는 모습도 선명히 볼 수 있다.



스테가스테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피오르드의 절경




아래쪽 작은 마을인 Aurlandsvangen과 그 앞쪽의 해안선까지 잘 보인다




거대한 폭포가 먼 곳에서도 선명히 보인다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위 아래로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거나, 바로 뒤쪽에 있는 약간 비탈진 언덕길로 올라가면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를 한 발자국 뒤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느낌도 색다르고 무엇보다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전체를 포함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주어진 시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근처를 마음 편히 돌아본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듯한 목조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내려가는 도중에 비탈길 쪽에 차를 세우고 승객들에게 주위 경관을 구경시켜 주기도 하는데, 풀들이 낮게 자란 비탈길 중턱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는 것도 신선하다. 기사는 승객 리액션이 좋을 때만 내려준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에 내가 왔을때도 내려주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탈길 중턱에서 내려다본 피오르드




다시 플롬으로 돌아와서, 관광안내소에서 추천해 줬던 다른 괜찮은 전망 포인트를 가 보기로 한다. 플롬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는 고지대라고 하는데, 구글 지도에 나오지 않아서 그냥 큰 길만 보고 따라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때는 구글 지도보다 관광안내소에서 줬던 종이 지도가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깊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큰 물살 옆으로 길이 나 있는데, 종종 나와 부모님들처럼 지나다니는 관광객들 외에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했다. 중간에 초등학교 처럼 보이는 건물과 교회도 지나고, 작은 기차역을 지났다.



플롬에서 조금 멀어져서, 계곡을 따라 걷는다




가까운 곳에서 폭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큰 규모로 흐른다




중간에 지나는 작은 기차역




기차역을 지나고 나서가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본격적인 코스인데, 근데 길이 정말 심각하게 재미가 없다. 비탈길을 올라가기 위해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도로를 구비구비 내어 놨는데, 풍경이 하나도 변하지 않는데 좌우로 왕복만 하면서 올라가니 엄청나게 빠르게 지쳤다. 비탈길이 그렇게 가파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때 부모님을 모시고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는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는 나는 엄청나게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주위 산들이 높아 해가 빨리 떨어지고 기온이 낮아질 수도 있는데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힘든 코스가 아니었던 것 같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간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때는 고심 끝에 부모님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이야기 했었다.



내려가는 길 길가에는 야생 산딸기가 자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맛은 한국에서 종종 먹어볼 수 있는 산딸기와 아주 비슷했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은 마치 아파트 단지 안 감나무에서 감을 따듯이 산딸기를 따서 소중히 모으기 시작했다. 한 줌 정도로 딴 산딸기와 함께 다시 비탈길을 구비구비 돌아서 숙소로 돌아왔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좌우로 반복되는 낮은 비탈길이다




중간쯤 올라오다 내려갔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올라온 길을 돌아볼 수 있었다



열심히 딸기를 따는 부모님




노르웨이의 산딸기 맛은 생각보다 한국의 것과 비슷했다




해는 계곡 안에서 빠르게 졌다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으로는 미리 사 둔 냉동피자를 먹었다. 납작한 상자라 냉동고에도 많이 들어가고 오븐에 넣어서 돌리기만 하면 냉동 음식 치고는 준수한 맛을 낸다는 것이, 한국의 냉동 만두와 비슷하다. 교환학생 하며 많이 먹었던 냉동피자와 함께, 좋은 품질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사과주스를 마셨다. 피자로는 약간 부족해서 포장된 양념고기도 구워 먹었다.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사과주스와 피자




뼈 붙은 돼지고기와 양파, 맥주




저녁을 먹는 사이, 초저녁에서 멈춘 듯한 밤하늘이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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