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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아니고, 효도 여행

부모님 모시고 런던 구경하기

by 문현준

유럽에 도착한 뒤 첫날의 아침. 시차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 하실까 걱정했지만 큰 문제가 없어 다행이다. 준비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뷔페식은 아니고 자리에 앉으면 음식을 담아서 가져다 준다. 커피를 먹을지, 주스를 먹을지, 빵은 어떤걸로 먹을지 같은 간단한 것들을 물어 본다. 이럴 때 음식은 최대한 다양하게 시켜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를 먹어볼 수 있다.



여행 중에는 아침을 꼭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계란을 올리고 껍질을 두들겨 깬 다음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계란을 올려서 깨 먹는 그릇이 독특하다. 셋이서 하나씩 잡고 계란을 먹는다. 계란 용기 위에 삶은 계란을 올리고, 위를 스푼으로 두드려 껍질을 깬 뒤 반숙의 부들부들한 계란을 떠 먹는다. 그냥 먹어도 좋고 빵에 발라 먹어도 좋다. 먹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 사진처럼 보이는 액자들이 걸려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 것 같다. 그중에 한 명의 사진이, 앞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다. 물어보니 쌍둥이란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구경에 앞서 우체국으로 간다. 친척이 영국 다른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어서 이것저것을 전해주기 위해 들고 왔고, 우편으로 붙이러 갔었다. 한국의 그런 큰 우체국은 아니고 작은 곳에서 복사도 하고 오피스 물건도 팔고 우편 관리도 하는 곳이다. 직원에게 이야기 하고 박스를 받아 직원이 포장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엄마가 자기가 직접 해도 되겠냐고 물어봐 달라고 하신다. 박스 포장에 진심인 엄마가 빈틈없이 박스 포장을 마치는 사이 나는 기념품으로 간직할 우표를 산다.



'국내 발송용 아니면 국제 발송용?'

'그냥 기념품으로 간직할건데, 아무거나 보여줘도 괜찮아'



보여준 우표 중에 영국스러운 디자인을 골라서 사고 우체국을 나선다. 런던 구경을 할 날이 하루 뿐이지만 필요 이상의 강행군을 펼치고 싶진 않아서 적당히 둘러보며 구경을 하는 일정을 잡았다.



평화로운 숙소 근처 런던의 아침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버킹엄 궁전이다. 버킹엄 궁전 앞은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궁전 앞 쭉 뻗은 대로와 바로 옆쪽 공원의 조화가 좋다. 근위병이 입고 있는 옷의 색이 다른 것이 궁금한 아빠는 직원에게 물어봐 달라고 한다. 바쁠 것이 뻔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물어보니 병과나 소속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버킹엄 궁전 앞 광장



버킹엄 궁전 옆 공원을 통과해서 중심가로 간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이다.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더 알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포트넘 앤 메이슨 백화점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각자 필요한 것을 산다. 선물용 식기류를 샀지만 들고 다닐 수가 없기에, 귀국하기 직전 파리에서 숙박할 호텔에 택배로 보냈다.



버킹엄 궁전 옆 그린 공원을 통과해 시내 번화가로 간다


포트넘 앤 메이슨 1 층 - 차 코너


포트넘 앤 메이슨 지하 1 층 - 치즈 코너
포트넘 앤 메이슨 지하 1 층 - 육류 코너
백화점과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가득한 런던 피카딜리


복잡한 상점가를 돌아다니다가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브랜드의 매장에 들어갔다. 바버 라는 곳이었는데, 아빠가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을 도와주다 보니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 한국인 인 듯한 직원이 나타났다. 말 없는 눈빛 교환 후 바로 물어본다.



'한국인이세요?'

'네.'

'(사막에서 물 만난듯)감사합니다. 저희 아빠 찾는 제품이 있는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머나먼 타지 땅에서 한국인의 도움으로 나는 조금 숨 돌릴 시간을 벌었다. 아빠도 원하는 물건을 산 것 같다.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런던에 왔을 때 알아 뒀던 장소가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다시 갔다. 음식이 특별하게 맛있다고 할 것까진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다시 갔더니 피아노의 위치가 바뀌었다. 중국인인 듯한 여자가 나에게 중국어를 쓰고,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제지당하는 것은 똑같다. 변한 것도 있고 그대로인 것도 있지만, 나중에 또 오고 싶은 곳이다.



맨 처음 런던에 갔을 때 호스텔 직원에게 추천받아 간 음식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완전 취향이다
다양한 장식품들
지난번 방문 이후 위치가 바뀐 피아노. 실제로 연주도 가능하다.



점심을 먹은 뒤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지 못한 것들을 보러 갔다. 빅 벤을 구경하러 갔지만, 아쉽게도 빅 벤은 공사중이었다. 영국에 도착할 때 비행기 창문 너머로 시내가 보였는데, 그때 빅벤이 약간 이상해 보였는데 역시나였다. 아쉽지만 공사 중인 빅벤을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넌다. 길거리 잡상인에게서 런던 냉장고 자석을 샀다. 아빠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길거리 잡상인에 대한 안좋은 후기를 많이 들었지만,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시계뿐


빅 벤을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너서 런던 아이를 지나간다. 아빠는 타고 싶어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다간 오후 일정을 다 망칠 것 같다고 설득한다. 설득이 통했다. 런던 아이를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서 타워 브릿지로 간다.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좁은 축에 속하는 지하철에 부모님이 신기해한다.



아주 어릴 적 부모님이 사 주신 종이 공작 중에 타워 브릿지가 있었다. 그때 그 타워 브릿지를 부모님과 함께 실물로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타워 브릿지를 건너 런던 탑을 지나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며 시간을 보낸다. 런던은 스타벅스 맛도 다르다며 좋아하신다.



짧게 숨을 돌리고 나서, 미리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춰 스카이 가든으로 간다. 시간을 잘 맞춰서 다행히다. 천천히 해가 지고 있는 런던에 노을빛이 깔릴 때 도착했다. 스카이 가든에서는 맞은편 더 샤드나 타워 브릿지 같은 명소들을 볼 수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운 좋게 타워 브릿지가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런던의 명소 스카이 가든. 런던 시내 전경과 함께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운 좋게 찍을 수 있었던 마음에 드는 사진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한 뒤, 안쪽 레스토랑에 앉아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먹는다. 술을 못 드시는 아빠는 무알콜 칵테일이다. 저녁이 되면 안쪽에서 작은 규모로 음악 공연도 한다. 느긋하게 남은 술을 먹으며 안주를 집어먹고 시간을 보낸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 한 밤의 런던 시내를 걸어 숙소로 돌아간다. 반짝거리는 건물들 사이로 더 샤드가 서 있다.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요! 하며 소리치고 인도 한편에 서서 길을 비켜준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오는 길, 중간의 음식점들 밖에 사람들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듯한 건물들과 특색 있는 간판들의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골목길 사이 솟아오른 런던의 마천루
한가한 저녁의 음식점


짧은 런던에서의 하루 일정이 끝난다. 이제 노르웨이로 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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