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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의 기원

한국적인 콘텐츠와 무속 신앙

by 황훈주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이 인기다. <K-POP DEMON HUNTERS>. 한국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내용은 케이팝 걸그룹 주인공들이 가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사냥꾼으로도 활약한다는 이야기다.


예고편 공개 당시엔 케이팝 인기에 편승에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였지만 생각 외로 한국 문화 고증이 잘 되어 있고 한국 전통 문화도 잘 스며들어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wpgvSo_G0g


케이팝 걸그룹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설정이 뜬금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꽤 고증이 잘 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음악은 영적인 도구였기 때문이다. 전통 악기인 북, 장구, 징, 꽹과리도 각 구름과 빗소리, 바람, 천둥과 같이 하늘을 뜻하며 신을 부르는 도구였다. 굿판은 일종의 엔터테이먼트였고 무당은 악귀를 쫒는 역할이었단 사실. 이 이야기를 확장해보면 가수가 악귀를 쫒는다는 것은 과거 문화를 현대에 와서 비틀어본 것이라 볼 수 있다.

<K-POP DEMON HUNTERS> 컨셉만 보면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는 결국 원천 콘텐츠의 유무이다. 저승사자 이야기, 무당 이야기 등 오랜 시간 동안 구전되며 만들어진 탄탄한 콘텐츠에 현대 문화의 디테일을 살렸을 때 대중들은 즐겁게 소비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지역 콘텐츠 활용을 잘 하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콘텐츠엔 꼭 지역 민담과 설화 그리고 문화가 함께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너의 이름은>에선 쿠치카미 자케라 하여 입으로 씹어 만드는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조명된다. 미인술이라고도 불리는 이 술을 빚는 것은 가문 대대로 내려오기 마련인데 이러한 가업과 계승의 의미까지 이 애니메이션에 담겨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3WzZG4KYs

또한 <날씨의 아이>에선 날씨를 관장하는 무녀의 이야기가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지진이란 초자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일본 신화와 곁들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B6eiBd2Bfg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차별성을 위해 이야기엔 상상력이 더하게 되고 그 상상력은 여러 지역 설화를 힘입어 개연성을 얻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약 154조 1,785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2년 대비 6.9% 성장한 수치이며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흥행,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게 되니 한국 설화와 한국 판타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출발점으론 <눈물을 마시는 새>를 뽑는다. 이 책은 <드래곤 라자>와 함께 한국 판타지의 교두보로 본다. 특히 <눈물을 마시는 새>는 작가가 스스로 세계관을 창조하고 그 안에 스토리를 이어간 구조로 큰 의미가 있다. 그 후에 한국적 콘텐츠로 볼 수 있는 것은 <신과 함께>. 보다 더 한국적 요소와 설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만든 웹툰이었기에 가치가 높다고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9-IkTqUlvg&t=1099s


결국 지역 문화와 오래된 역사를 가진 콘텐츠는 영적인 것과 맞닿아 있다. 무속 신앙이다. 무언가를 바라고, 절대적인 힘에 대한 이유를 상상하며 만든 것이 무속 신앙이기 때문에 무한한 창작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때 무속 신앙을 배척하며 많은 이야기가 사라졌고 70년대 도시화와 근대화를 이야기하며 한 번 더 무속 신앙의 대부분을 근절해버렸기에 남아 있는 문화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엔 사머니즘 문화가 넓게 뻗어 있다. 신년이면 사주를 보고, 지하상가엔 타로집이 모여 있다. 심지어 큰 종교의 힘이 약화되다보니 개인 사머니즘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않는 측면에서 이미 많은 토속적 신앙과 콘텐츠는 저변에 널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콘텐츠를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있게 된다면 보다 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K2NN2UaH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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