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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Dec 31. 2020

멋지게 손을 흔들며 퇴장합니다

그러면 누군가 기억 속엔 멋지게 남을 테니까요.

"사장님. 여기 <라이프> 잡지 들어 온 거 있나요?"

"아니. 요즘은 <라이프> 보기 힘들어. 몇 년 전 부터 안 보여."

사장님은 전국구를 돌며 헌책을 수집하는 분이셨다. 가끔 지하에 있는 헌책방에 놀러 가면 오래된 고서적을 돋보기로 비춰보며 "오늘은 좋은 물건이 들어왔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런 분도 <라이프> 잡지를 못 봤다면 이제 아마 찾기는 쉽지 않겠다.

이번 호는 <라이프> 잡지 처럼 만들어 보자 하길래 <라이프> 잡지를 찾아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발간 되지 않은 지 꽤 오래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폐간 되는 잡지는 많고 헌책방은 점차 사라지니까.


영화는 좀 늦게 보는 편이다. <트루먼쇼>를 처음 본 것도 일 년 전이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다. 재밌다는 영화는 특히 더. 혹시나 기대하며 본 영화가 재미없으면 안 되니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란 영화도 최근에 봤다.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충동 영화 구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도 이 영화는 보지 못했을거다. 영화는 시작부터 <라이프> 잡지 폐간을 말한다. 남 일 같지 않을 때 사람은 공감이 극대화 되나보다. 그날로 이 영화가 좋아졌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필름 인화. 필름 영화. 잡지. 그들의 삶이 담긴 영화다. 영화 속 전설적인 사진 작가 숀 오코넬을 만나기 위해, 그가 보낸 '삶의 정수'가 담긴 사진을 찾기 위해 헤매는 월터는 드디어 히말리야에서 숀 오코넬을 드디어 만나게 된다. 유령표범이라 불리는 히말리야 눈표범을 찍으려는 숀 오코넬. 하지만 그는 추운 산 속에서 카메라 렌즈로 눈표범을 지그시 바라보기만 할 뿐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왜 사진을 찍지 않았냐는 월터의 말에 그는 말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사라져가는 것. 하지만 사라지는 것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대에 따라 빛바래지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영화는 그들에 대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이 영화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이제는 쉽게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필름 촬영. 그것에 대해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 그것이 영화에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으니까.

영화는 계속 말한다. 너는 이 일을 계속 할래. 말래?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걸 네 손에 쥐고 있니?


나는 어쩔 수 없다. 난 글 쓰는 게 좋으니까.


<라이프>잡지는 결국 찾지 못한 체 책을 만들게 되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나름의 삶의 정수를 하나씩 찾은 것 같으니 말이다.

나는 글 쓰는 게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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