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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Jan 26. 2021

블라인드 틈으로 흘깃 곁눈짓기

나는 부러운게 아니다. 아니,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부러운 건가,

요즘 부쩍 외롭다. 아. 이런 넋두리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쩌다 나도 이리되어 버리는 건지. 

19살 때는 설렜다. 술과 안주. 그것만으로 설렘 지수 최고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늦은 밤거리를 친구들과 걸으면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일단 지금은 좋았다. 어떻게 이 순간이 계속 돼. 분명 끝나겠지. 근데 그 끝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정말 몰랐지. 이럴 줄 알았으면 선배들이 술 사준다 부를 때 더 열심히 따라다닐걸.

29살은 우울하다. 한 번은 sns에 추억의 영상이라면서 옛날 가수들 영상이 나왔다. 내가 고등학생 때나 봤을 법한 연예인들 영상이다. 그때는 멋진 어른들이라 생각했는데. 뭐야. 지금 보니 젖살도 안 빠진 거 같아. 


길을 걷다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본다. 왠지 그들의 젊음이 부럽다. 아직 그 나이 먹고 뭔 청승이냐 싶지만 나는 부럽다. 그건 내가 저 나이에만 느낄 감정들을 놓친 체 이곳에 밀려왔다고 생각해서 일지 모르겠다. 그 흔한 연애 한번 없이 이곳까지 와서일까. 아니면 이 시간에 저렇게 카페에 앉아있는 게 그저 부러운 걸까. 아니면 그저 요즘 피부가 쳐 저서 기분이 나쁜 걸까. 어제 티브이 보니까 피시 콜라겐이 좋다던데 나도 한번 먹어볼까. 아. 페이스 요가라도 이제 습관들 여야겠어.


결핍이다. 저는 결핍을 느끼고 있어요. 예전엔 그냥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에 '안녕. 외로움아. 이번엔 며칠 있다 갈 생각이니' 하며 몇 번 놀아주면 만족하고 갔었는데 이 친구가 어디 가서 수련이라도 한 건지 진화해서 왔어요. 이건 좀 난감하네요. 외로운 거랑 결핍은 다르니까요. 


곁에 네가 있어도 외로울 순 있어도 네가 있는데 네가 없는 결핍은 느낄 수 없다. 그건 문장이 될 수 없는 글. 나는 그 결핍을 요즘 느낀다. 7살엔 겨울만 되면 종아리에 뱀살이 올라왔는데 문득 어제 본 내 종아리는 벌써 피부 탄력을 잃는 것 같다. 그래. 내게서 젊음이 빠져간다.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뭘 느꼈을까. 아아. 그게 뭐든 나는 이제야 조금 그를 알 것 같다. 그토록 폼 잡고 그 노래를 부르고서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퍼진다. 나는 이제 곧 젊음이 다 빠져나가는데, 내 꽃잎은 다 져가는데, 나는 여기 있는데. 나는 슬퍼진다. 이를 어쩌나... 젊음은 점차 사라지는데 내 젊음을 뽐낼 곳은 없으니 나는 저 구석에 피는 꽃. 이 내 완벽한 젊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니 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게 해야겠다. 에잇. 향기를 짜내고 짜내 내 젊음으로 향수를 만들어 버릴 테다!


예전엔 사랑과 죽음이 같은 거란 말을 이해 못 했는데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최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잘 타지 않던 붐비는 버스를 탔다. 아침 출근길. 흔들리는 버스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살을 부딪히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아. 어쩌면 이것도 사랑이려나. 글쎄, 그건 좀 오버인 거 같긴 하지만 여하튼 그랬다. 매번 여유롭고 조용한 버스를 탈 땐 몰랐는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모든 게 갈린 유니 짜장보단 해물 잡탕 같은 짬뽕이 더 맛있는 건 면들 사이에 숨겨진 오징어를 찾아 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이제 짬뽕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 이왕이면 건더기 서비스 많이 주는 그런 중국집 사장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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