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
"넌 취미가 뭐야?"
"글쎄. 방바닥에 누워 있기?"
"그게 무슨 취미야..."
그치만 그게 정말 사실인걸.... 정말 한동안은 누워 있는 게 취미였다. TV 관찰 예능은 아직도 유행 중이다. 예전엔 나도 꽤나 그런 예능을 좋아했던거 같은데 요즘은 별 흥미가 없다. 나오는 연예인 중 태반은 집돌이, 집순이. 나도 그렇다. 나와 비슷한 그들 모습을 굳이 시간 내서 볼 필요가 있을까. TV엔 먼지가 쌓인지 꽤 됐다.
활발한 연예인들이 쉬는 시간엔 집에서 멍 때린다는 게 예전엔 이해가 안되었다.
'아니 그 좋은 서울에 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시간 아까워!'
그런데 나이 30을 먹고 보니 아아... 인생 선배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보통 혹독한 곳이던가. 이번 휴가땐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그저 방에 누워 시간 지나가는 걸 느꼈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구가 자전하니 시간이 흐른다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공전하는 걸 시간이 흐른다 할 수 있나? 내가 방에 누워 지구가 자전하는 걸 느낄 수 있나?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 꽤나 유쾌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나흘을 보냈다. 지금 이렇게 쓰고 보니 분하네. 어디라도 놀러갈걸....
도시가 재미 없다. 노잼 도시라고 하니까. 재밌는 일이 그리 많진 않다. 대학교 때는 자체 휴강을 하고 재밌는 것을 찾아 놀러 다니기라도 했는데 회사를 다니는 입장에선 자체 휴강이란 건 말이 안 된다. 왜 안 되나 싶은데 안 된다고 한다. 그냥 하루 일 밀리면 어떠나. 어차피 서로 정한 규칙, 조금 널널하게 봐주면 안 될까? 대체 누구를 위하여 야근은 울리나. 담당자님. 부디 하루만 더 선처를 해주신다면 수많은 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 같은데 말입니다. 흑흑흑.
여튼 이리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보니 굳이 재밌는 걸 찾기도 쉽지 않다. 집에 충실히 붙어 내가 낸 월세금 만큼 가성비를 뽑기도 부족하다. 가끔 회사에서 마감하다 자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자기 불편하다기 보단 집에 월세금을 생각한다. 이럴 바에 그냥 회사에 눌러 살까...? 회사에서 잠을 잘 땐 별 생각이 다 든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 시작한진 꽤 되었다. 이제 한 일년 되어가나. 물론 좀 쉴 때도 있었으니 딱 일 년 되었다 말하긴 민망하지만 꽤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하고 있다.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이 얼마나 낭만적인지에 말하자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직업이 기자라, 또 천성이 글쓰는 사람이라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내 취미 생활의 이유를 끝도 없이 계속 파헤치는 중이다. 나는 왜 이 운동을 좋아하나 혼자 생각하곤 한다. 뭐 가장 좋은 건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지만.
맨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한 건 아는 형을 통해서다. 카카오 오픈채팅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던 형이다. 참 웃겼다. 누군지도, 뭐 하는 사람인지도 서로 잘 모르는데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 낯선 형님들은 클라이밍을 친절히 알려줬고 몇번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데려가다 보니 어느덧 나도 꽤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
아는 형님은 직장 이슈로 대전에서 떠났고 아직도 같이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게 아쉽지만 그때 추억은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카카오 오픈채팅을 지금도 운영 중이다. 마치 사부가 만들어 놓고 떠난 무도장을 지키는 제자의 마음이랄까.(사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지만 말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했던가. 클라이밍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되었고, 올림픽 당시엔 클라이밍 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오픈채팅방에도 사람이 많이 들어왔다. 한 지금 90명이 되어 간다. 어라? 이렇게나 많이? 좀 놀랐다. 학교에서 반장을 할 때도 30명 남짓이었는데...? 그래도 서로 좋아서 들어왔는데 언제나 그저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문득 낯선 방문자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글일수도, 다른 취미를 소개하는 내용일지도, 또는 번개 모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넓은 세상에서 만난 우리가 무언가 작은 끈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고, 태양도 돈다.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자기 자리를 지키듯, 우주의 무게만큼 그 의미를 다하는 만큼, 어쩌면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그렇다.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은 그곳에 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옛날에 서부 영화에 한창 빠진 적이 있는데 그때 황야 가운데 세운 여관이 멋있었다. 1층에선 술을 팔고 노래를 하며 2층에선 낯선 방랑객들이 잠시 잠을 청해가는 그런 여관. 그래. 이런게 낭만이지. 서로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잠시 서로 머물고 또 다시 떠난다. 그래도 그 순간의 기억은 남아 황야도 그나마 살 만한 곳이란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이 글은 그래서 쓰는 넋두리, 또는 허공에 띄우는 라디오 전파 같은 그런거다. 잠시 도시에서 쉬어가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나도 좀 글을 좀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워낙 의지가 박약이라. 작가가 되겠다고 에디터 생활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책 한 권 마음에 들게 쓰지 못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