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ㅣ불면증의 연속

[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by N진인생

1월 초부터 시작된 불면증은 2월에도 이어졌다. 솔직하게 글에 남겨두고 싶다. 1월 초부터 3월 마케팅 회사에 취업하기 전까지 단 1일도 제대로 밤잠을 못 이뤘다. 거짓말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그랬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생후 지옥에 간다면 이런 기분 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1월 초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나는 또 새로운 것들을 해보게 되었고 또 새로운 관계들을 형성해야만 했고 집으로 돌아와도 또 새로운 느낌과 감정이었다. A-Z까지 모든 게 다 새로웠다. 나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잘할 줄 알았다. 사실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적응력과는 조금 결이 다른 적응력이 필요했다.



필요로 했던 적응력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내면에 싱크홀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만 같던 감정이 기억난다. 모든 것이 무서웠고 두려웠다. 잠이 오지 않아 불안했고 잠이 오더라도 그다음 날이 오는 것에 불안했다.



나는 이렇게도 잠이 중요한지 몰랐다. 특히 나는 잠을 줄여서라도 생산적인 활동을 했었기에 그 잠은 나에겐 필수적인 것이면서도 인내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근데 서울에 와서 한 달, 두 달을 잠에 들지 못하게 되니 점점 나란 사람이 망가져갔다.



밤 8시 9시에도 누워봤고 카페인이라는 요소가 들어간 것은 모두 끊었고 몸을 힘들게 하기 위해 운동도 했다. 그리고 안대를 끼고 귀마개도 하고 집안에 적정한 온도가 될 수 있게 세팅도 했다. 이래도 잠이 안 왔다. 그래서 유튜브에 ASMR과 관련된 모든 소리들을 다 들어본 것 같다. 예를 들면 비 오는 소리, 숲속, 우주, 불타는 소리 등등 이래도 잠이 안 왔다.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일찍 누웠지만 역시나 잠이 오질 않아, 비 오는 소리가 나는 ASMR 유튜브를 틀었다. 10시간짜리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유튜브를 키면서 상단 댓글과 또 다른 댓글들까지 읽어버렸다. 이런 댓글들이 있었다. '4시간째 듣고 있는 사람 손.', '10시간을 듣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감ㅋ.', '잠 안 와서 들으러 왔다 손.' 등등



나는 위 같은 댓글들을 보여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난 10시간 다 듣고도 다른 영상을 선택하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게 아닐까?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비 오는 소리 영상을 10시간이나 듣고도 잠을 못 잤다니, 그게 바로 나라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리고 다음 영상을 찾고 있다니 더 놀라웠다.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불면증.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젠 수면, 수면치료, 불면증 해결, 잠이 오질 않는 증상, 심장, 카페인, 운동, 명상, 호흡법, 병원, 약 등등 정말 열이면 열 가지 정도를 다 알아봤다. 이것도 병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안쓰럽다. 이 글을 작성하는 8월 달인 지금 봐도 참 바보 같은 사람 같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더 내려놔야 될 것들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두 달간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두 달이면 자칫 60일, 60일은 결국 24시간 곱하기 60일이다. 그럼, 1440시간. 1440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 이게 믿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저렇게 두 달간 잠을 못 잤다. 아, 물론 누워서 자려고는 했다. 그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진짜 잠은 못 잤던 것 같다.

과연 무엇이 나의 수면을 흐트러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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