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문하는 임정아 Nov 09. 2022

개기월식 후에

너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해도

개기월식 사진을 최*자선배님이 보내주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월식을 찾아보았지요.

여기저기 달 사진으로 채워진 저녁을 보냈어요.

200년을 기다려야 다시 볼 수 있다는 개기월식과 천왕성. 수업을 진행하느라 그 순간을 보지 못했기에 밤늦게라도 달을 보러 나가보았답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달이 반갑더라고요. 살아가며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진다면 어떨까요? 내가 이룬 성과를 누군가 가로채고 나는 그 이름 밑에 가려진다면 속상하고 억울할 텐데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그 그림자에 가려져도 기뻤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 사랑이거나 희생이겠지요?


캠퍼스 축제나 행사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등장하던 아이. 곱슬머리에 청바지, 뭔가 고뇌하는듯한 눈빛이 어느 한 지점을 향한 모습이 멋져 보이던 그 아이. 그렇게 시작되었나 봐요. 스무 살의 설렘은.

뭐든지 챙겨주고 싶고 그 아이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답니다. 함께 공부하고 점심을 나눠먹고 좋은 게 있으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그때 그 시절. 힘들어 보이는 그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은 부담을 주나 봅니다. 가슴 아픈 말 한마디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버렸어요. 소중했던 시간들이.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이 보내주는 빛을 지구가 가리면 달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긴다.' 우리 사이는 누가 지구이고  누가 달이었을까요?


구본형 선생님의 책에서 "우리 각자는 빛나는 별이다. 나의 빛을 주위로 확장시켜 길잡이별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내가 가진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나눔을 실천해보자 다짐도 했지요.


우리는 살아가며 별이 되어 반짝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련 앞에 스스로는 빛을 낼 수 없는 달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달이 되었을 때 빛을 보내는 태양이 되기도 하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며 반짝이는 존재가 된다면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길잡이 별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책 읽고 글 쓰며 반짝이고 있을게요. 그대 오셔서 빛 한 자락 나누어주시겠어요? 가끔 빛을 잃을까 봐 두렵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꽃잎 다 지기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