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숨을 쉬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실패했다. 매일 14시간씩 7개월 동안 일해서 얻은 건 좌절밖에 없다. 모든 걸 잃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없다. 나를 못 믿겠다. 일하던 습관만 남아서 멍하게 책상 앞에 서있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만 본다. 며칠 지나서 어머니께서 주신 마음에 들지 않는 원고를 한번 봐본다. 계속 다그치시니 어쩔 수 없다. 꾸역꾸역 해보자.
그림책에 맞게 얼개를 바꿔보니 괜찮아 보인다. 아니, 재밌다. 이럴 수가! 좋은 원고였잖아!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밀고 나갈까? 어떤 메시지를 포함한 주제가 좋을까? 그림은 어떤 형식으로 그릴까? 꿈에서라도 뭔가 얻으려고 머리맡에 노트와 펜을 두고 잔다. 하루 종일 '삐'하는 소음과 물속에 갇힐 수도 있는 두려움 가운데서.
두 달 동안 그려서 계약됐다. 어린이 작가정신 출판사와 『도치야』로 계약하자 '삐' 소리가 작아진다. 물속에 빠지는 듯한 증상도 사라진다. 어쩌면 『도치야』를 그리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19세기 델리에서 활동한 시인 갈리브가 말한다.
내 시는 음악도 아니고, 악기도 아니다.
내 시는 나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 소리.
'삐' 소리와 함께 물속에 빠지는 듯한 증상을 겪지 않았다면 도치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내 내면이 부서지는 고통이 많이 표현된 그림책이다.
그동안 애쓰느라 힘들었지? 잘 견뎌냈어. 수고했어.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