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유스케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천사의 속삭임’이라는 책이었다. 아마존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도입부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쉴틈없이 흥미 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의 줄거리는 아마존에서 기생충을 발견한 한 교수는 그 기생충을 이용하여 인간을 행복으로 이끈다는 계획을 실행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하고 마는데 잠깐의 행복을 느끼는 인간은 그 기생충에 의해 인간의 몸이 완전히 장악되면서 비참하게 죽어갔기 때문이다. 촌충을 이용하여 인간의 행복을 꿈꾼다는 기발한 발상부터 경제, 생물, 사회등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까지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는 화려한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책을 계기로 나는 기시유스케라는 작가에 빠지게 되었다. 기시 유스케는 교토 대학교 경제학 학사를 한 사람이고 일본 호러 소설을 써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알려 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마 검은 집이라는 작품일 것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이 작품은 으스스한 분위기와 공포스러운 내용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소설로도 재미있게 읽었고 영화로도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는 소설적으로 표현된 공포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시시하게 보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에서 또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은 ‘크림슨의 미궁’이라는 작품이었다.몰입도가 엄청난 이작품은 사람들간에 서바이벌로 목숨을 거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어느날 벙글 벙글 산맥에 떨어진 주인공은 거기서 만난 동료와 함께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붉어서 마치 화성같은 벙글벙글 산맥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주제가 멋지게 결합된다. 이책을 읽고 나서는 벙글 벙글 산맥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게임북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고 스너프 필름에 관련된 이야기는 내게 깊은 몰입감과 재미를 느끼게 했다. 사실 요즘 나온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승부는 이 ‘크림슨의 미궁’에서 맛볼수 있는 재미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것을 본다는 설정은 ’이 크림슨의 미궁‘이라는 소설의 설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실제 사람들을 죽이는 영상이 담긴 스너프 필름을 만들고 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악의 교전‘이라는 작품이다. 검은집과 마찬가지로 사이코 패스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인 사이코 패스 교사의 행동이 너무도 잔인하고 황당해서 의문을 자아내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담임교사가 동료교사와 반아이들을 죽인다는 설정은 잔인하고 정상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 스럽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X-게임 과 같이 즐긴다는 설명에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작품은 마지막 결론까지 보고 나면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하는데 도무지 내가 왜 감동을 느끼는 지 알수 없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사이코 패스의 무자비한 극한적인 살인 현장에서도 유지되는 인간적인 믿음과 신뢰에 대한 감동이었을 것이다.
일본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인기있는 작품들도 많지만 호러 소설 분야에서는 기시 유스케를 따라갈수 있는 작가는 없는 것 같다. 미국의 스티븐 킹 정도의 소설이 기시유스케의 소설에 견줄수 있을 까 싶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의 지식에 대한 갈증까지 해소해주는 작품을 쓴 기시 유스케이기에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그리고 한국의 한 팬으로서 그의 또다른 작품을 읽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