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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전 Nov 16. 2021

배구의 악몽


요즘엔 많이 달라졌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주로 배구를 하면서 친목을 다진다. 배구는 내게는 생소한 운동이다. 대학때도 배우지 않았고 어떻게 배구공을 받고 치는법도 몰랐다. 나는 뒤쪽 구역의 한 위치를 담당하기 위해 바로 시합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공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공 안받고 뭐해!” 선배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기준으로 앞으로 떨어지는 공과 뒤에 떨어지는 공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고 나는 그럴때마다 원성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시합 후의 결과로 진 팀이 음료수를 산다거나 하는 등의 내기를 했다. 그렇기에 다들 열심히 참여 했고 결과에 대해서도 민감했다.     


 사실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혼자서 하는 운동은 제법 자신있으나 여럿이 하는운동은 잘 못했다. 사실 중학교떄부터 체육시간을 잘 참여하지 않았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운동 하는 것을 싫어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땀이 나게 되는데 땀이 나면 또 씻어야 하고 옷도 갈아입고 빨래도 해야 했기에 그것을 싫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구 시간은 언제나 돌아왔고 그럴때마다 “배구 할거지?”라고 묻는 부장선생님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하지만 때론 종종 배구를 빠진 곤했다. 배구 시간이 난감했던 것은 퇴근 시간을 넘어서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 당시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나 스스로의 약속이 있었기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고 하루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막 들어온 초임교사가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달 두달 일년 이년 지나면서 내게도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에 매주 꼬박꼬박 운동을 하다보니 습관이 되었고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재미가 있어진 것이다. 아직 에이스급 선수는 아니지만 초보는 벗어났기에 리시브가 안정적이 되었고 가끔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하였다. 사실 일부 몇몇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했기에 나 역시 그들보다 크게 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꼬박꼬박 열심히 참여 하다보니 어느새 실력이 많이 늘어서 잘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닥친후 배구도 학교에서 사라졌다. 사실상 비상 사태였기에 태평히 운동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코로나 예방 차원이기도 했다. 2년이상 운동을 하지 않으니 조금씩 몸이 근질근질 하기도 하다.다시 하게 되면 매우 낯설것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떄는 하기 싫어 도망쳤던 운동인데 이제는 운동을 그리워하게 되다니 사람이란 환경의 동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우드의 ‘해빗’이라는 책에서는 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습관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습관이 형성되는 것은 의지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서관에 가는 것이 집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유리하다. 왜냐하면 도서관에는 집과는 달리 유혹할 거리가 없기 떄문이다. 개인의 의지를 믿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관으로 가는게 공부를 더 많이 할수 있는 지름길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운동을 한다는 학교의 시스템은 나를 운동 중독자로 만들었다. 사람이 처한 환경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환경이라는 조건은 인간이 겪는 감정을 악몽에서 기쁨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것은 주위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존재인 것 같다. 나는 학교의 배구를 통해 그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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