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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노예를 꿈꾸는 프로불평러

행 19:21-31

by 마더 R

[19:25b 우리의 풍족한 생활이 이 생업에 있는데]

6월 중순 아빠가 쓰러지신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 사건이 터진 달은 슬픔과 두려움이 왔었고 이후 숨을 고르면서 부모님을 향한 분노와 무시로 바뀌었다. 그 이후로는 불쌍함과 연민이 왔다.

요새는 신기하게도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이 사라지고 이 일을 허락한 하나님을 향한 감사함만 남아있다.


간호에 지친 엄마와 교대하는 날에는 병실에 할 일이 무척 많아서 사실 말씀을 묵상하거나 예배를 흘려듣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해진 일들을 묵묵히 처리하다 보면

내가 엄마라는 사실, 두 자녀들, 교습소에 밀린 일들 그리고 아내로서 해야 할 일들은 떠오르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허락한 사건만을 묵상하게 된다. 당장 몸을 못 가누시는 아빠가 눈앞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사고가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요즘 엄마를 뵈러 병원에 가면 식사하고 오라고 등 떠밀고 별다방커피사서 오라고 자기 카드를 내어준다.

아빠를 돌본 날이면 괜찮다고 사양하는데도 용돈을 부쳐주신다. 성인이 된 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일들이다. 엄마에게 용돈을 받다니!

9월 말 경유차에 휘발유를 잘못 넣었을 때도 엄마가 수리비 80만 원을 부쳐준다며 성난 남편에게 그리 말하라고 소동하지 말라고 하셨을 때 사실 믿지 않았다. 그동안 말로만 위로한 적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말만으로도 불안과 두려움이 사그라졌었다.

당연히 꽤 큰돈인데 못 보내줬을 거야 생각하며 몇 주가 흘렀다. 엄마가 그 일은 잘 처리됐냐고 물으시는 과정에서 실제로 돈이 이체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는 요새 뵙기만 하면 돈돈 거리지 말라고 강조를 하고 회사에도 재취업하지 말라고 말리신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최근 면접본 회사에서 똑떨어졌다.

사실 교습소가 엄청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돼서 늘 불안에 떨며 채용정보를 기웃댄다.


어제 남편과 우리 꼭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이 매일 먹을 맛나를 기다리는 모습 같지 않냐 하니 그렇다면서 그러니까 과한 욕심부리지 말고 맛나 며칠째 먹을 것 쟁이지 말란다. 몇 달 뒤 상해 비행기표가 엄청 싸길래 남편과 상의 없이 결제를 했다.

갑자기 14일이나 여행하게 돼서 남편에게 많이 꾸지람을 들었다. ‘넌 늘 가진 것을 감사할 줄 모르고 과한 것을 꿈꾼다'며 타박을 했다.

왜 하나님은 내가 베지테리언도 아닌데 맛나만 갖다 주고 진짜 스테끼는 허용하지 않을까? 왜 내 인생에 호텔 맘껏 지를 수 있는 만큼은 허용해 주지

않는 걸까? 남편한테 억울하다고 말하니 혀를 찼다.

광야에서 맛나를 먹으면서도 이집트 노예시절이 편했다고 그리워하는 어리석음을 손가락질했었는데, 대기업이라는 이집트 노예생활을 꿈꾸면서 그때 5성급 호텔도 고민도 없이 예약하고 맘대로 여행 다니고 참 좋았지 회상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민족과 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긍휼과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하나님께 죄송했다.


엄마가 친정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면 창문만 열어도 롯데타워가 가까이에 잘 보이고 근처에 산책할 공원도 많았는데 주신 처소를 감사하지 않고 돈 없다고 불평불만 늘어놓던 자신을 후회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고 눈앞에 회개하는 부모님을 보면서도 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니 난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다. 그럼에도 여전히 5성급 호텔과 비행기 타고 여행 가는 미련을 잘 버리지 못한다. 기도한 대로 다 이뤄주고 계신 것을 피부 가까이 체험하면서도 ‘더 주세요 하나님!’하는 욕심과 물질우상이 참 뿌리 깊다.


적용

감사 기도제목을 매일 큐티하면서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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