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이 날린다. 공간 안에 떠다니던 하얀 깃털은 벤치에 앉아있는 한 남성에게 떨어진다. 깃털을 주워 들고 책 사이에 꽂아두며 남성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옆에 앉은 사람에게 전하기 시작한다.
지능이 낮고 다리가 불편하여 보조기에 의지하여 사는 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으로 인내하여 키우던 엄마는 이 아이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로 진학시킨다. 그러나 등교 첫날부터 아이를 가까이하지 않고 오히려 괴롭히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아들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엄마는 당당한 일관성을 보였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남들이 네 앞에서 잘난 척하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넌 남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교육하는 엄마를 보면 지금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바로 포레스트 검프이다. 검프는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생활 안에서 아주 어여쁜 제니를 만난다. 특히 제니와 나무에 올라앉아 자연 풍광 안에서 나누던 이야기들은 저녁노을의 운치만큼 너무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보조기에 의지한 검프이지만 꾸준한 걸음이 축적이 되었을까? 제니의 응원 어린 한 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었을까? 자전거로 쫓아가는 아이들을 피하기 위해 달리라고 외치던 제니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걸음을 걷던 검프가 달리기 시작한다. 보조기가 빠지면서 빠르게 달려 나가던 검프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달리기가 그저 좋고 자신이 잘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검프는 그 후에도 꾸준히 달리게 되고 그러한 노력과 기회 덕분에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어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한다. 제니와 이별하여 다른 삶을 살지만 검프의 마음 안에 자리 잡은 순수한 사랑과 기다림은 변함이 없다. 제니는 가수를 꿈꾸지만 어릴 때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기도 하고, 히피 같은 방랑 생활을 전전하게 된다.
검프는 졸업 후 입대하여 군인이 된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쟁 통에서 어렵사리 절친과 상사를 구하지만 친구를 먼저 잃게 되는 아픔을 가지게 된다. 두 다리를 잃은 상사와 함께 절친의 꿈인 새우잡이 배를 시작하지만 잘 될 리 없던 새우잡이 어선이었고 오히려 허리케인을 만나 모진 풍파의 현장을 지켜낸다. 위기가 기회가 되듯 인생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계속 좋을 수도 없지만 계속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니와 재회의 순간도 있었지만 정착하지 못하던 제니는 검프를 떠나게 되고 집에 혼자 남겨진 검프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제니와 다시 재회한 후 자신의 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뒤이어 아픈 제니를 먼저 떠나보내지만 남아있는 아들과 오래도록 기다리던 자신의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검프는 열악한 신체와 낮은 지능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단단하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계속 앞을 향해 달리게 되는 힘은 어떤 것이었을까?
단단하게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가 하늘로 가기 전 포레스트에게 남긴 말은 처음 정류장에서 이야기하며 나누어 주던 초쿨릿 상자 안에 담겨 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고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그 말
달콤함이 올 수도 있고, 쓰디쓴 다크가 내게 올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는 먹어보지 않은 순간 알 수가 없다. 인생에서 겪게 되는 일들은 좋은 일만 있는 것도, 궂은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일만 있으면 오히려 인생을 배울 수 없고 단단해질 수도 없다. 한결같은 마음 안의 사랑을 품고 앞을 향해 달리던 포레스트 검프가 진정으로 삶을 아름답게 그려나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은 다시 포레스트 검프를 보며 이전 보았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을 다시 찾아내 보련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