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과 산책을 하던 추석 날의 어스름 노을과 마주한 달이 참으로 곱다. 크고 둥근달이 저 편 하늘에 걸려 유난히 빛이 난다. 달덩이는 무겁지 않은 커다란 인내로 누구나의 염원을 가득 담아가나 보다. 어디서든 그 자리에서 꿋꿋이 견디는 빛을 내어준다. 그 빛은 희망이다. 가득해진 염원만큼 둥글어진 마음들로 이내 포근해진다. 저마다의 소원이 손가락 사이로 전해진다. 마음을 타고 흐른다. 가득해진 염원이 비워지고 채워지고 있기에 달은 언제나 다시 시작이라는 용기를 준다. 그래서 희망이 존재하나 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할 달의 인내를 눈에 담아 본다. 마음이 우뚝 퍼져 간다. 요란스럽지 않은 빛으로 서서히 물든 산책길의 달님은 나와 딸의 데이트를 그렇게도 예쁜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있나 보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저녁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