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떠올려
시│현정아
마음이 가벼워야
비로소 보일 때가 있다
진득한 세상
가장 급한 날을 내달려
쉼 없이 이어가는 하루치
생명과도 같은 줄기를 품어가기에
겹겹이 쌓인 수고는
무거워진 몸만큼 애달프다
그럼에도
사이마다 놓인
가벼운 순간을 기억하자
잠시 아무 생각 말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잠시 나를 위해 안고
빛나는 계절의 모양만큼
비추는 하늘의 빛깔만큼
세상이 드리운 초록만큼
마음이 가벼워야
다가가 닿을 때가 있다
잠시 숨을 고른다.
가쁜 하루를 보내고 기억되는 순간들에 연연하기보다, 걱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마음이 무거우면 모든 것이 무거워진다. 가벼움은 빈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일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 구태여 겹겹이 쌓아내기보다 가벼이 바라보아 걸어가는 날들이 필요하다. 많은 말에 속기보다, 쩔쩔매기보다 가벼운 한마디에 들어있는 단조로움이 오히려 진득하고 정감이 있지 않은가!
세상은 돌고 돌아 결국 내게 다시 오는 일. 이왕이면 잠시 쉬어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가 보는 세상에 참 좋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자꾸만 마음이 좋아져 간다.
빗물의 풀빛을,
햇살의 그늘을,
초록의 인내를,
하늘이 머금은
노을의 시절을.
걷는 길마다 비춘
날들의 날들이,
이렇게 예쁜 세상을 두루 볼 수 있는 가벼운 마음을 지닐 수 있는 시절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