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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발을 닮아가

들리나요. 내 발소리

by 현정아

아빠 발을 닮아가


시/현정아


8, 90년대 기억 속 아빠의 시절은 특별한 날에만 구두를 신었다

구두약을 발라 솔로 비비면 어느새 반짝 광이 나던 구두 한 켤레


신발장 안에 두고두고 모셔두다가 일 년에 두 번 명절날이나, 누구누구 결혼식에만 꺼내 신었지


검은색 구두를 신은 아빠가 멋있어 평상시 모습과 달라 보여 근사했었지

아빠는 몸집도 크지 않았지만 가장 거대한 산과 같아


아껴 신은 구두가 닳은 기울기가 바로 아빠가 걷던 방향의 무수한 걸음, 걸음


지금은 하늘에서 내가 걷는 길을 보고 있겠지

닳은 신발 뒤축이 아빠의 구두 모양 같아 그게 아빠 딸이라 닮아가는 거지


이리저리 걷는 대로 나도 닳아 가지만 걷고 걷는 대로 가져가는 건 기억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아빠 발걸음, 나를 지켜내는


그 걸음이 무척이나 고마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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