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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Dec 17. 2019

쿨한 퇴사 통보는 다 거짓말

이직의 가장 어려운 순간

이직을 준비하면서 종종 퇴사를 통보하는 순간을 상상했다. 호기롭게 퇴사일과 입사일을 모두 정해놓고 당당하게  퇴사하려고요. 이직했거든요”라고 팀장님께 통보하는 나의 모습이 꽤 멋져 보였다. 내가 퇴사한다고 하면 과연 날 붙잡을까? 그래도 6년 동안 묵묵히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한 번쯤은 붙잡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면 고민 없이 “전 가겠습니다”라고 외칠 것이라 다짐했다. 더 이상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좋은 조직과 좋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얽매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니 이직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이직 준비를 한 끝에 한 회사에 합격했다. 패션 업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었고 입점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드는 직무도 흥미로웠다. 또한 최근 뛰어난 분들많이 합류하고 있다는 PR기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관심 있는 분야, 성장하는 브랜드, 뛰어난 동료들이라는 나의 3가지 이직 기준에도 부합하는 곳이었기에 최종 합격 메일을 받은 후 고민 없이 이직을 결심했다. 1순위로 희망했던 뷰티 브랜드로 가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크고 작은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광고회사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커머스 영역을 배울 수 있다는 것, 패션 업계의 다이나믹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지금 회사에서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 임은 분명했다.




연봉 협상과 처우 협의를 거친 후 드디어 퇴사를 통보하는 순간이 되었다. 그동안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자신 있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다. 미팅이 많아 타이밍을 잡지 못하다가 퇴근 준비를 하시는 팀장님을 붙잡고 미팅룸으로 향했다.


“M (우리 회사는 영어 이름을 쓴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이때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

스티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조직 개편 시기라 미리 말씀드려야   같아서.. 제가 아마 이직하게   같아요


팀장님은 나의 퇴사 통보에 크게 놀라지 않으셨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고민에 대해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겠지. 입사일은 정해졌는지, 중간에 쉬는 시간은 가질 수 있는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셨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나의 고민과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렸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파워 당당할 줄 알았는데 막상 퇴사 통보를 하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과연 잘한 선택인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잘할  있을까요? 막상 이직하려니 무섭기도 해요. 제가 잘할  있을지....”

좋은 분위기, 좋은 사람들.. 다시  만날  같고...”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티야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봐. 그게 무엇이든 다 네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야


여러 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팀장님은 이직의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바라봐주셨다. 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난 후 이직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 떠올렸다. 그래,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으니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했고 다시 꿈을 찾기 위해 이직을 선택한 거니까. 내 선택을 끝까지 믿어주고 존중해주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은 퇴사가 점점 눈 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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