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꽃이 핀다
가운데 밑둥치 텅 빈 채
마른 버섯처럼 갈라지고
엿가락 구멍처럼 숭숭 뚫렸다
몹시 가벼울 것 같은
온 힘 다해 체중을 내렸을
시커멓게 늙은 벚나무가
잇몸 다 드러내고
헐렁헐렁 꽃을 피우고 있다
썩어도 꽃은 피고 아무리 아파도 웃음은 살아있다. 꽃이나 웃음은 원래 저절로 거기 있는 것. 내가 잊었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있으면 당연히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산다는 일에는 당연히 웃음도 살아있다. 마음이 상하고 아파서 꽃이나 웃음을 잃었다고 하지만 , 그것은 구름에 가려진 것처럼 잠시 가려진 것일 뿐.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싹이 나고 푸르러진다. 봄이란 게 그걸 확연히 보게 해 준다. 그래서 나이 든 할머니도 다 썩어가는 벚나무도 잇몸 열어젖히고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다. 이 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