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무지개 Jul 18. 2024

내 나이가 어때서

카르페 디엠

나이의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시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이제 마흔 넘었는데요.”

“그럼 노화가 시작됐네요.”

“네?”


“몸 컨디션이 불규칙해요.”

“이 나이가 되면 노화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벌써요??”


바로 ‘노화’이다.

나는 이 말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먼 나중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나보다 5살 많은 선배가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몸이 확확 변한다는 이야기를 해도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그런데 이젠 내 차례라니. 난 아직도 젊은데 말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바뀌어도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이십 대에는 늘 젊음이 있었고, 삼십 대에 들어서며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숫자에 여유가 있어서일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내가 이삼십 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마음만큼은. 몸이 점점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음과 반비례하는 몸이 왠지 서글퍼진다.


에 노화가 찾아오면서 불편해지는 것은 많아졌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쉽게 건강을 걱정해야 하고 몸에 기능들이 조금씩 약해져 간다.

예전에는 쉽게 하던 일들이 이제는 점점 피곤해진다. 

바꿀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씁쓸하다.

변해가는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내 삶의 모습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자꾸만 깜빡깜빡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무언가를 빼놓고 오거나 잊어버리게 된다.

자주 쓰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게 뭐였지 고민하게 되고, 

가까운 곳에 물건을 두고도 찾지 못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알림과 메모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입맛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햄버거나 피자를 자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미가 되어간다. 

왠지 느끼한 것 같고 먹으면 더부룩하다. 불편한 음식들이 늘어가고 먹는 양은 줄어간다.

즐겨하던 스타일도 조금씩 어색해진다. 

이전에 잘 어울리던 옷이 더 이상 예뻐 보이지 않고, 머리 스타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취향이 바뀐 것인지 내가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다. 취향도 변하고 있으니까.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거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것들에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자기들도 그렇다며 푸념한다. 

대화의 절반이 변해가는 자신들에 관한 불편함이다.

엄마는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한다. 엄마에게 나는 늘 젊은 딸인가 보다.


인생에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청소년기에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를 의미했다면 

지금은 게임에서 체력의 수치를 정신력에 몰아주는 느낌이랄까.

몸은 약해져 가지만 마음만큼은 더욱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삶의 모습이 변해가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야 하는 시간. 내가 그 시간을 맞이했다.

나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 삶의 변화를 나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의사 선생님, 노화를 늦추거나 잘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할까요?”

“운동하세요.”

“아~~ 네.”


운동을 해야겠다. 몸과 마음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한 나를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주는 불편함을 건강히 잘 적응해 나가면 어떤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조금은 젊게 사는 나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아직은 자꾸만 젊음에 집착하게 되는 ‘나’이다.


작가의 이전글 농부 달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