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놈>

어쨌거나 확실히 웃기긴 한다.

by 뭅스타

19.01.15. @CGV미아


아마 최소 일주일 동안 하루에 신작 한 두 편씩을 관람하게 될 빡빡한 일정의 시작으로 <내 안의 그놈>을 관람하였다. 제목, 포스터, 시놉시스, 전문가 평가 등 그 무엇 하나 끌리는 구석이 없었지만 나름 쏠쏠한 흥행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관람한 이 영화는, 그 어떤 의미에서든 참 희한한 작품이었다. 분명 개연성도 난장판이고 스토리 자체도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코미디 영화로써 웃기는 것만큼은 확실히 성공해낸 영화랄까.


영화는 구구절절한 사족 없이 의문의 사고로 조직의 사장인 판수와 왕따 고등학생 동현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판수가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동현의 몸에 들어간 판수는 사고의 원인을 알아내던 중 동현과 같은 반인 현정의 엄마가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미선임을 알게 되고, 수십 년 전 어긋난 관계를 뒤늦게 회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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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과 김소연 배우가 출연한 <체인지>가 20년도 더 지난 1997년에 개봉한 상황에서 이후로도 <핫 칙>,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 바디체인지 소재의 영화는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수도 없이 개봉해왔다. 그만큼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함보다는 '또 바디체인지야?'라는 식상함만을 일으키는, 그저 낡은 소재의 때늦은 답습처럼만 느껴지는 소재지만 이 영화 <내 안의 그놈>은 그 진부하기 그지없는 바디체인지 소재를 충분히 흥미롭게 살려낸다.


물론 영화를 삐딱한 시선에서 바라보자면 찾을 수 있는 단점은 수도 없이 많다. 동현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초반부의 개그는 영 불편하게만 다가오며, 판수가 옛 연인 미선과 재회하게 되는 과정도 그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우연에 코웃음을 치게 된다. 이외에도 전혀 고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의 일진 놀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에 상당히 당황스럽게 만들며 2019년에 이러한 스토리의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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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렇게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단점들이 존재함에도, 영화는 웃기는 것만큼은 확실히 성공한다. 비록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진부한 바디체인지 설정의 답습을 통해서라고 할지라도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들의 활약과 깔끔한 연기 호흡은 영화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낸다. 코미디를 주로 내세운 한국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웃어본 것이 실로 오랜만인 만큼 장르적 재미만큼은 충분히 안겨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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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전작인 <미쓰 와이프>에서도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한 달 동안 다른 인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는, 다소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을 제법 인상적으로 풀어낸 바 있다. 어쩌면 분명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허무맹랑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미쓰 와이프>에 이어 이 영화 <내 안의 그놈>까지 자칫 심각할 정도로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특유의 재기 발랄함으로 밀어붙이는 감독의 개성 강한 연출은 결과적으로 뜻밖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 때문에 결코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당장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스윙 키즈>보다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만큼 꽤나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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