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난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19.05.01. @CGV평촌
5월의 첫 영화로 <달마야, 서울가자>, <방가? 방가!>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 <나의 특별한 형제>를 관람했다. 왠지 스토리가 훤히 예측되는 포스터를 보고 일찌감치 기대는 내려놓았지만 전문가 평가가 생각보다 좋은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제목처럼 특별하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은 안겨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는 한 신부가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서 생활하며 어릴 적부터 우정을 쌓아온 세하와 동구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세하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동구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가며 열악한 조건에서도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데, 어린 시절 동구를 버리고 떠난 동구의 엄마 정순이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위기를 맞이한다.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과연 장애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지가 가장 관건인 동시에 가장 우려스러웠던 영화는 최소한 장애를 희화화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미덕을 갖춘다. 지난 2월 개봉한 이한 감독의 <증인>이 그랬듯 장애를 앓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그들의 특별함을 유머를 자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최소화한 채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게 다가온다.
깊게 파고들자면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무척 확실해 보인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장점은 전개 과정에 특별히 악역이라고 칭할 만한 인물이 없는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관람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사들을 통해 주제를 확실히 전달하면서도 세하와 동구,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 개입한 미현까지 세 인물간의 관계도 흥미롭게 다룸으로써 한없이 착하게 느껴지는 영화를 자연스레 즐기고, 그 가운데 자연스레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다소 무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에 몰입을 더해주는 것은 배우들의 몫인데, 극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신하균 배우의 호연과 <좋은 친구들>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인 이광수 배우의 활약은 이 둘의 브로맨스에 흥미와 설득력을 더한다. 더불어 이솜, 박철민, 길해연 등 주조연 배우들 역시 그들이 맡은 역할이 이전에 그들이 작품에서 선보였던 연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라도 그 전형성 속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안정감을 높여준다.
다만, 이 영화의 '착한 전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선 확실한 장점으로 다가오지만 이 영화만의 특별한 개성을 자아내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영화는 먼저 얘기했던 것처럼 포스터만 보고도 예측할 수 있었던 그 스토리를 마지막까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해 나간다. 더욱이 세하와 동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전반부는 그들의 조합을 지켜보는 걸로도 흥미를 자아내는 반면, 동구의 엄마 정순이 등장하는 이후 급격히 전개가 늘어지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남는 것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장애를 담백하게, 그리고 의미있게 다룬 방식 자체는 흥미롭지만 결말로 향하기까지의 스토리가 상당 부분 전형적으로 느껴지다 보니 결국 마냥 길다고 할 수 없는 114분의 러닝타임마저 다소 힘겹기만 하다. 더불어 충분히 러닝타임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 사족들도 많아 보이는데다 비슷한 갈등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는 것 역시 어쩌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와야 할 후반부 또한 그저 심드렁한 기분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자칫 그저 가볍게, 혹은 지나치게 무겁게 풀어낼 수도 있을 설정, 전개를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로 그려낸 것은 인상적이나 결국 그 무난함이 득이자 실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처럼 '특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지만, 아무쪼록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장악하고 있는 극장가에 많은 관객들을 이끌 만한 대중적인 경쟁력은 충분히 있는 작품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