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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30. 2020

말 것: 질문을 질문으로만 남기는 버릇

어제보다 잘 쓰는 법_60일 차

어릴 적부터 성격이 급했던 내게 호떡은 위험한 음식이었다. 적당히 뜨거운 줄 알고 크게 베어 물었다가 눈물을 쏙 뺀 적이 많았다. 보통 길거리에서 먹기 때문에 찬물을 들이켠다거나 뱉어버리기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기억하기로 길지 않은 인생에서 호떡을 멀리했던 적도 있었던 듯하다.


호떡은 왜 뜨거울까? 속을 꽁꽁 감추고 있어서? 그러면 만두나 옛날 핫도그, 붕어빵도 그래야 마땅할 텐데 이들은 겉이 식으면 얼추 먹을 수 있다. 오래 묵은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떡에 대한 글을 쓰기 전까지는.


보통 호떡은 '꿀'로 둔갑한 설탕을 채운 뒤 가열한다. 안에서 뜨거운 열을 받은 설탕이 녹게 되는데, 설탕은 열이 식는 속도가 밀가루보다 현저히 느리다. 그래서 겉은 식은 것처럼 보여도, 속은 아직 위협적인 열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아마 호떡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이따금 적당히 식은 것 같은 호떡을 크게 베어 물었을지 모른다.


누구나 오래 묵혀둔 질문이 있다. '호떡은 왜 뜨거울까?'처럼 답이 궁금한 적이 많았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질문들. 나는 글로써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꾸준한 글쓰기에 꽤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런 소재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글보다 집중해서 쓸 수 있다. 또 그간 풀지 못한 궁금증을 해소한다고 생각하면 쓰면서 오기가 생길 때도 있다. 이는 한층 구체적인 문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호떡 속 설탕이 식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쓰기보다, 호떡 겉을 이루는 밀가루와 속을 이루는 설탕의 식는 속도를 비교해 제시한 나의 글처럼.


그러고 보면 '당연하다'는 인식은 쓰기 좋은 대목마저 건너뛰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만약 호떡이 뜨거운 게 당연한 거라 여겼다면 나는 그 칼럼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든다. 따라서 꾸준히 쓰기로 작정하면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긴 말이 무얼지 샅샅이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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