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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07. 2020

할 것: 본문은 먼저, 제목은 나중에

어제보다 잘 쓰는 법_68일 차

제목의 기능을 짚어보자. 본문의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핵심 메시지를 암시한다, 필자가 주제를 벗어나 쓰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함으로써 시선을 끈다 등일 것이다. 대부분 핵심 메시지나 본문 내용이 똑바로 선 뒤에야 갖춰지는 성질들이다. 반대로 머릿속에 쓸 내용이 뚜렷하게 자리 잡지 않는다면 딱 들어맞는 제목을 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필자가 문서에서 가장 위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제목을 먼저 써버린다. 심지어 나는 제목과 본문의 연결성을 점검하지 않고, 도입부를 쓰기 전 끌린 제목을 끝까지 고수하는 경우를 본 적도 많다. 필자가 세심함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나중에 쓰는 제목이 가진 순기능은 무엇보다 글의 일관성을 점검하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만약 문서에 배치된 순으로 제목을 쓰고 본문을 완성했다고 치자. 검토하는 작업에서 제목과 본문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똑같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맞춤법이 맞는지, 쓰려던 말이 맞는지, 사실과 다른 내용은 없는지, 문장이 서로 잘 호응하는지 등이다.


반면에 본문을 완성한 뒤 핵심 메시지를 추리는 방식으로 제목을 쓴다면? 기본적으로 제목과 본문을 떼어놓고 보게 된다. 그리하여 두 영역 사이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별도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면 시선을 사로잡는 카피를 쓸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잘 써보려는 열정이 두루뭉술한 미사여구로 나타났던 신입 사보 기자 시절, 나는 유독 카피 욕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제목에 '일류의 이명' 같은 실체가 없으면서도 자축하는 듯한 단어를 남발하기도 했다. 이 버릇을 고칠 수 있었던 건 제목을 쓰는 순서를 맨 뒤로 미루면서부터다. 심지어 어떨 땐 본문을 두 번, 세 번 거듭 고친 뒤 제목을 달기도 한다. 


요컨대 본문에 집중할 때 좋은 제목이 나오고, 핵심 메시지를 올바로 비출 수 있는 요약이 탄생한다. 그리고 본문에 집중한다는 것은 머릿속에서든, 문서 파일에서든 그것을 완성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야 제대로 된 제목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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