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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09. 2020

할 것: 계속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9일 차

1997년 K대학교에 영어 강사 자리를 얻어 한국에 온 달시 파켓 교수. 현지 문화를 배울 겸 챙겨보던 한국영화에 깊이 매료됐고, 곧장 '코리안필름'(koreanfilm.org)이라는 영화 평론 사이트를 개설했다. 흰 바탕에 깨알 같은 폰트로 빽빽이 적힌 글을 보고 있으면 꼭 '쓰지 않곤 배길 수 없는 사람'이 만든 사이트 같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그는 기록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해온 셈이다. 올봄 그를 인터뷰하며 그의 번역을 거친 영화 <기생충>이 영미 문화권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었겠다고 확신했다. 이토록 깊은 애정으로, 오랫동안 작품을 바라보며 읽은 감독의 언어를 차근차근 모국의 언어로 풀어낸 결과물일 테니.


글쓰기를 다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수만큼 여러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사람이라도 도입을 쓰는 순간 '문장을 맺는다'는 목적이 생긴다. 분명한 건 정한 바를 이룰 때까지 '계속 쓰는 사람'이 돼야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 우리는 지구력을 갖춰야 한다.


달시 파켓 교수에게 웹사이트가 있었듯, 각자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나처럼 글쓰기가 업이라고 해서 꼭 지구력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업무로 쓰는 글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인 경우는 거의 없다. 100편당 1편꼴도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글밥 먹는 노동자로서 독자에게(만) 필요한 글을 쓰고 있다.


따라서 스스로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주로 택하는 방법은 '자극제'를 찾는 것이다. 자극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굿즈 매대에서 산 노트가, 호기롭게 새로 판 블로그 계정이, 주변인 혹은 구독자와의 당찬 약속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쓰는 일일 연재 또한 "매일 1편씩 쓰겠다"고 말해놓고 시작했다. 자극제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단, 함정이 있다. 자극제는 말그대로 약(劑)이라서 약발이 떨어지면 그때마다 새것을 찾아 대체해야 한다. 최근 내가 새롭게 찾은 자극제는 코딩이다. 파이썬에 재미를 붙인 후 업무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다. 이후 브런치에 코드를 공유하는데, 그냥 올리기가 심심해서 프로그램 소개글을 겸해 주저리주저리 적어본다. 그러다 보니 코딩을 할 때 글을 쓸 생각을 하고, 글을 쓸 때 코딩하던 시간을 되짚어본다. 결과적으로 한 달에 1~2편씩은 더 쓰게 된다. 순한 자극제 정도는 되는 셈이다. 아래 링크를 공유한다.


•뉴스 모니터링 페이지:고객사의 네이버뉴스를 이슈/보도자료로 나눠 한눈에 보여준다.

•단어 빈도 분석기: 문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등장 횟수 순으로 보여준다.

•PDF 검색엔진: 150개가 넘는 수백 페이지짜리 PDF 사보 파일을 데이터화하고,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호를 한 번에 찾아준다.

•평판 분석기: 검색어를 입력하면 최근 네이버뉴스 100개(제목 + 설명글)를 분석해 자주 등장한 단어를 단어구름 형태로 보여준다.


오늘 글은 내가 지구력을 키우는 데 가장 응원이 된 말로 맺고자 한다. "글쓰기를 체면상 갚아야 할 빚처럼 다루며, 어떻게든 끝맺을 수 있도록 헌신해라."쓰기의 감각》(앤 라모트 저) 내일도 모레도 열심히 빚을 갚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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