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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12. 2020

할 것: 3인칭으로 바라보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12일 차

사보를 인쇄하기 앞서 교정·교열을 마치면 팀원끼리 서로의 글을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각자 쓴 글을 돌려보며 최종적으로 오타나 어색한 문장을 수정하는 절차다. 우리 생각이 얼마나 별개인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조사의 쓰임새가 제각각이다. 기업별 주요 소식을 전하는 뉴스 칼럼이 있다. 그중 기업이 발행하는 보도자료를 가공해 전하는 소식이 있는데 원문에 명사를 나열한 문장이 자주 보이곤 한다. 때로는 접속사 '및'을 추가해 나열을 더 길게 늘어뜨리기도 한다. 아마 효율성을 좇는 기업의 성향이 문장에도 스며있는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명사를 이어붙이면 한 글자라도 더 덜어낼 수 있으니까.


이러한 문장을 읽기 쉽게 풀려면 조사를 넣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어야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원문: '업무협약 체결 및 직원 역량 강화를 통한 디지털 솔루션 구축'


A 수정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원 역량을 강화해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B 수정본: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직원 역량을 높여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C 수정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원 역량을 키움으로써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3명이 있으면 3가지 문장이 나온다. 서로 사용하는 말투와 필체, 읽은 문장 등 영향을 받은 요소가 각각 다르기 때문일 터다. 결국 결정권은 그 소식을 처음 윤고한 팀원에게 돌아간다.


삶은 별수없이 1인칭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 수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하며 최대한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노력이 깊게 밴 글은 공감을 살 여지가 많다. 수백 명의 명사를 인터뷰해온 엄지혜 작가는 《태도의 말들》에서 '쉽게 이해되지만 쉽게 쓰지 않았을 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나는 가상 독자를 만드는 연습을 한다. 내 글을 3인칭으로 보는 연습을 하는 것. 가상 독자에 딱히 정해진 이름은 없는데, 편의상 '삼구'라고 하겠다. 삼구는 까다롭다. 단어 하나하나의 쓰임에 민감하다. 여기까지가 날 닮은 구석이다. 이밖에 융통성이 부족한 편이라 공감이 되지 않는 대목은 가차없이 짚어낸다. 되도록 삼구를 깐깐한 인물로 설정해야 글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삼구의 성향이 뚜렷해질수록 스스로 독자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독자의 공감을 얻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삼구와 대화하며 내공을 쌓고 있다. 삼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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